지난 2013년 7월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된 이후 검찰에서 처음으로 고령자에 대한 심판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8일 재력가 치매 노인 A(84)씨와 정신장애 아들 B(55)씨에 대해 서울가정법원에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했다고 24일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치매 또는 정신장애로 사무처리 능력이 없는 상태고, 30억원 상당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어 재산관리 등을 위한 후견인 선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들의 이웃 주민들은 지난 6월 A씨의 딸 L(52)씨가 내연남과 함께 A씨와 오빠 B씨를 요양원에 유기한 후 재산을 빼돌렸으니 성년후견 청구를 요청한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진정인들은 A씨 부자가 소유한 서울 동작구 상가건물 2개 동의 세입자 등 친분이 있는 이웃 주민들로, 이들이 상당 기간 연락이 끊긴 상태에서 건물 매각이 이뤄지자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진정서를 제출했다.
우선 검찰은 A씨가 요양 중인 요양원장과 B씨를 면담하고, 정신병원 의료기록을 분석해 A가 중증 치매를, B가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점 등을 확인했다.
또 이들의 재산과 금융거래 내역 확인, 공인중개사 면담 등을 통해 상가건물 2개 동을 포함한 30억원대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고, 최근 L씨가 이 건물을 매각한 후 통장을 관리하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에 검찰은 A씨와 B씨의 사무처리 능력 결여 등 후견 필요성을 입증하는 19개 소명자료를 첨부해 후견인으로 L씨가 아닌 선량한 제3자를 지정해달라고 서울가정법원에 청구했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 장애, 노령 등으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없는 성인이 가정법원의 결정으로 선임된 후견인을 통해 재산관리와 일상생활 관련 보호와 지원을 제공받는 제도다.
민법 제9조는 성년후견 심판 청구권자로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번 건에 앞서 춘천지검은 3월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던 중 20대 지적장애인 피해여성에 대해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사무처리 능력의 결여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의 치매 노인 등 부자에 대해 적극적인 조사를 거쳐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한 첫 번째 사례"라며 "사회적 약자의 재산을 노리는 잠재적 범죄로부터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복리를 보장하기 위한 검찰의 예방적·적극적 조치란 점에서 또 다른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