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비급여 의료비에 대한 실손보험 적용하는 방안에 금융당국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한방 비급여를 실손보험에서 보장할 경우 손해율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한방 비급여의 실손보험 적용을 압박하고 있어 이렇다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약침과 추나요법 등 실손의료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한 한방 비급여 의료비에 대한 실손보험 적용을 두고 당국과 보험업계가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방 비급여 의료비에 대한 실손보험 적용 논란은 2009년 처음 시작됐다. 당시 실손보험 표준약관을 만들면서 금융위원회가 한방 비급여 보장을 제외하는 것으로 보험업감독업무시행 세칙의 '실손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한방 비급여 적용은 한의사 협회를 중심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7월 권익위원회가 치료 범위가 명확한 한방 비급여는 실손보험의 적용을 받도록 표준약관을 바꿔야 한다고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에 권고하면서 한방 비급여 실손보험 보장에 대한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여기에 이번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지적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한방 비급여 적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손해율이 100%가 넘는 실손보험에서 한방 비급여를 보장할 경우 손해율을 보험사들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실손보험 평균 손해율은 100%가 넘으며 일부 회사들은 손해율이 150%가 넘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지금도 100%가 넘는 실손보험인데 한방비급여까지 적용할 경우 손해율 폭등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손해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현 시점에서 진료항목이 표준화 되지 않은 한방 비급여 진료를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현 상황에서 가격이 천차만별인 한방 비급여 진료에 대한 실손보험 보장은 보험사의 손해율을 폭등 시킨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발표한 가격 자율화에서 대다수 국민들이 가입해 가격이 상승할 경우 미칠 파장이 크다는 이유로 실손보험을 제외한 상태라 금감원은 한방 비급여와 관련해 보험사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당국을 압박하는 의원들이다. 올해 국정감사 당시 정우택 정무위원장과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등은 "양방에서는 도수치료의 가격이 30배나 늘어났는데 실손의료보험으로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약침 등은 실손보험에서 전혀 적용하지 않고 있다. 국민권익위에서 표준약관 개정하라고 한 상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한방 비급여의 실손보험 적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이같이 정치권의 압박으로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한방 비급여 실손보험 적용을 압박하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며 "검토를 하고는 있지만 득보다 실이 많다"고 강조했다.
한방 비급여 의료비에 대한 실손보험 적용 여부를 두고 금감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