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 기자] 백색가전의 대명사 LG전자와 영국의 청소기 명가 다이슨의 신경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LG전자가 프리미엄 시장의 절대 강자인 다이슨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양사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LG전자(066570)는 세계 최초로 코드가 없으면서도 일반 유선 진공청소기 수준인 200에어와트(AW)의 흡입력을 갖춘 진공청소기 '코드제로 싸이킹'을 내놨다. LG전자는 지난 4월 코드제로의 국내 생산 라인인 경남의 창원공장을 공개하면서 무선 청소기로 세계 청소기 1위인 다이슨을 꺾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코드제로 싸이킹을 생산하는 LG전자 창원 공장. 사진/ LG전자
당시 LG전자 측은 "코드리스 싸이킹에 적용된 모터는 세탁기에 쓰이는 LG 고유의 다이렉트 드라이브 기술을 채용해 성능이나 전력 효율면에서 경쟁사들이 흉내내지 못할 정도로 우수하다"면서 "다이슨 제품과 비교 시연도 해 봤지만 소음, 편의성은 물론 흡입력도 우리 제품이 낫다"고 자신했다.
제품 출시나 간담회 때 타사 제품을 언급하는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LG전자가 노이즈마케팅을 노린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다이슨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그 만큼 프리미엄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자신감의 발로"라고 전했다.
15조원 규모의 세계 청소기 시장에서 다이슨은 2008년부터 점유율 2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가격 상위 30%인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다이슨 입지는 과히 독보적이다. 전체 점유율의 70%에 육박한다.
최근에는 LG전자가 다이슨의 광고를 법적으로 문제삼는 일이 발생했다. LG전자는 지난달 12일 호주연방법원에 허위광고 금지소송을 제기했다. 다이슨이 무선 청소기 'V6' 제품 광고에 '가장 강력한 무선 청소기', '다른 무선 청소기 흡입력의 두 배' 문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자사의 프리미엄 무선 청소기 코드제로 싸이킹이 더 강력한 흡입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이슨이 소비자들을 호도하고 있다"며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코드제로 싸이킹 흡입력은 최대 200와트(W)인 반면, 다이슨 V6 제품은 최대 100W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다이슨은 허위 광고를 중단하라는 LG전자의 주장을 수용키로 하고, 호주 전 매장에서 광고문구를 삭제하기로 합의했다.
LG전자가 문제 삼은 호주의 다이슨 무선청소기 VC 광고.사진/ 호주 다이슨 홈페이지
다이슨 관계자는 "LG전자는 유선청소기에서 코드가 없는 형태라서 스틱형인 다이슨 제품에 비해 에어와트가 클 수밖에 없다"며 "광고에서 말하는 건 다이슨의 크기가 더 작지만 모터가 강력하다는 것이었는데 에어와트로만 따져서는 LG전자의 말이 맞기 때문에 광고문구를 내리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양사가 화해하기는 했지만 LG전자가 소송이라는 강수를 둔 것은 호주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제대로 인지시키기 위해서다.
호주 청소기 시장은 약 200만대 정도로 절반 이상을 다이슨이 독식하고 있다. LG전자는 호주 로봇청소기 시장 1위에 이어 코드제로 청소기로 호주에서의 점유율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두 회사간 법적 분쟁의 역사는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이슨은 그해 미국에서 LG전자가 진공청소기의 먼지를 비우는 구조와 볼 타입의 청소기 구조에 대한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미국 특허청은 특허 자체가 유효한지 무효한지를 판단하는 재심사를 진행 중이며, 재판은 잠정 중지된 상태다.
LG전자는 올해 세계 가전시장에서 매출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놨다. 현재 세탁기만 1위이고 청소기, 냉장고, 에어컨 등은 2~3위권이다. 이에 반해 다이슨은 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 공기청정기 등 고급제품만 출시해 프리미엄 이미지와 더불어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가전에서 쌓아 온 기술력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이미지까지 얻게 되면 전세계 시장에서 다이슨과 맞붙어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며 "국내외 시장에서 두 회사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