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투자자 피해를 우려해 발행규제를 예고했던 홍콩HSCEI 지수 기반의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자율규제안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는 전달 상환금액 범위 내에서만 H지수 ELS를 발행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금투업계에서는 수익성이 높은 H지수 기초 ELS 발행이 제한되는 것도 불만인데다, 겉으로는 자율규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금융당국에 의한 규제나 다를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지수 기반 ELS 발행에 대한 업계 자율규제안이 마련돼 이달부터 시행된다.
자율규제안에 따르면 이달부터는 전달 상환금액 범위 내에서만 발행할 수 있으며, 내년 2분기부터는 전 분기 상환금액의 90% 수준으로 제한된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시기나 규모는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정해 시행하기로 했다”며 “금융당국이 직접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발행 잔액을 줄여나가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번 자율규제안으로 올해 9월 기준 36조5000억원 수준의 H지수 기초 ELS 발행 잔액을 2017년까지 25조원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당국이 발행 잔액 감소를 강조하는 이유는 전체 ELS 상품에서 H지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H지수가 급락할 경우 대규모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6월 ELS와 DLS(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94조3000억원이며, H지수 발행규모는 36조3000억원으로 전체의 38.5%를 차지했다. 9월에는 37.9%로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특정 지수 비중이 40%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또한 H지수가 지난 8월10일 11291.64에서 9월7일 9103.22까지 하락하면서 손실 우려가 제기됐던 점도 발행제한의 배경이 됐다.
자료=예탁결제원
당국이 H지수 ELS발행을 자제하라는 시그널을 업계에 보내면서 H지수 ELS 발행금액은 6월 5조5640억원, 7월 5조2176억원, 8월 4조2640억원에서 9월 1조5912억원, 10월 2845억원으로 급감했다. 이 기간 발행건수는 6월 1520개에서 10월 160개로 감소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자율규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국에서는 자율규제라고 하는데, 업계 입장에서는 사실상 타율규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당국에서 하라고 하면 증권사에서는 따라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H지수가 급락하면서 투자자 손실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회복세를 보이면서 최근 1만200~1만700선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며 “EuroSTOXX50지수나 S&P500, NIKKEI225 지수 등 선진국 지수에 비해 H지수의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이번 규제로 어느 정도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