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채규모가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는 걱정이 크다. 인구 고령화의 가속화 속에서 장기적 경기침체에 들어서게 되면 선진국도 겪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 재정은 다양한 복지수요를 충족시키면서 성장잠재력을 키우고 동시에 재정건전성을 회복하여 국가부채를 줄여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더구나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로 부채가 늘어나는 형국이고, 특히 가계부채 규모는 임계치에 이르러 시한폭탄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채(負債)공화국’이라 할 만큼 심각한 우리의 빚잔치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 결론이다. 이와 관련해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와 박상기 전 숭실대 겸임교수의 진단과 처방을 정리해본다. [편집자주]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과 한국경제가 당면한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채무의 증가속도는 지나치게 빠르다”고 우려했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해인 1997년 국가채무 규모가 60.3조원으로 GDP대비 11.9%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롤러코스터라도 탄 기분이다. GDP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2003년 20.4%로 20%대에 올라선 이후 2009년 31.2%로 30%를 넘어섰고 최근 정부발표에 의하면 2016년에는 40%대에 진입하게 된다. 국가재정도 일반 가정살림살이와 마찬가지로 알뜰하게 살아야지 빚을 내서 살다보면 빚이 빚을 부르게 마련이라는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국가채무의 원인은 늘어나는 사회복지 지출 욕구와 분배중심의 정책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국가 간 조세경쟁마저 심화되고 조세저항 역시 거센지라 증세가 쉽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가뜩이나 저성장국면에 들어선 경제상황에 세수는 늘지 않는데 국민의 조세 부담이 늘어나면 근로 및 투자의욕을 위축시켜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세입기반을 약화시켜 재정건전성 악화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한 몫 했다.
이와 관련해 걱정스러운 점이 몇 가지 관측된다. 첫째, 최근 몇년간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할 때 경제전망치를 매우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세수부족이 예상됨에도 세계경제가 곧 좋아질 것이란 전망으로 우려의 시선을 피해가고 세출낭비는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불가피한 지출이라는 논리로 매년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그간 세입 산출의 기초자료인 경상성장률을 2012년 이후 매년 6∼7%로 전망했지만 결과는 3%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는데 정부가 이런 낙관적인 전망을 하게 되면 국가채무가 느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둘째, 우리나라가 선진국들에 비해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비중이 적긴 하지만 이들 공공기관의 채무가 모두 국가채무로 잡히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세입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은 해야 하니 이를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을 통해서 달성하고자 하려는 유인은 커져왔다. 그러다보니 공공기관의 부채규모는 2007년 이후 매년 40조원 내외로 증가해왔고 심지어 지방공기업의 부채 국가채무 집계에서 빠져있는 상태다.
셋째, 복지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해 복지관련 지출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사회복지 관련 지출은 대부분 의무적 법정지출이며 향후 고령화 진전과 저출산에 대한 대책 등을 고려하면 복지 관련 지출은 예상보다 더 빨리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비중은 줄고 복지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경직적 사회복지 재정지출 비중이 증가하게 되면 국가부채가 증가일로에 있을 경우에도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매우 어렵게 된다.
넷째, 재정정책 변화에서 경기대응적인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추경예산은 그 규모가 커지기도 했지만 경기활성화를 위한 대책으로 편성되는 예가 많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했지만 경기상황이 금융위기 이전수준을 회복하지 못해 재정건전성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문제다. 국가가 국민복지를 책임지는 정도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가채무와 가계부채의 상관관계는 높아지기 마련이다. 가계부채가 느는 것을 방치할 경우 결국 그 부채는 기업과 정부로 전이된다. 가계부채율이 높으면 소비여력이 떨어져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그로 인해 불황이 장기화되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는 추경 등을 통해 다시 빚을 져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수 있다. 지금 한국경제가 바로 그런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다양한 복지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성장잠재력을 키우고 동시에 재정건전성을 회복해 국가부채를 줄여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를 위해선 정부지출과 국가부채의 삭감목표를 설정하고 강력히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법률이 보장하는 각종 세입연계 ‘사전적 재원배분 방식’ 재정지출은 왕왕 총선 및 대선 등 여야의 정치적 경쟁기간에 불쑥 들어가거나 그 비율이 증액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를 원천적으로 막는 재정규율이 마련되어야 한다. 대북지원 및 통일비용 부담 증가 등 향후 재정 지출이 늘어날 요인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이미 시작된 대형국책 프로젝트라도 별도의 성과감사를 실시해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보고해 재평가하고, 문제가 있다면 시행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교육, 의료, 탁아 등 복지서비스의 공급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한 후 지방정부에 경쟁원리를 도입해야 한다. 곧 GDP대비 40%대로 올라서는 국가부채비율을 현 수준에서 더 이상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강력한 재정규율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2007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국가재정법 제86조는 ‘정부는 건전재정을 유지하고 국가채권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국가부채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단순히 법을 지키기에 앞서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세대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의 국가채무 확대는 안 된다는 정신이 필요하다.
국가미래연구원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이 지난 9월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룸에서 ‘2016년 예산안 및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 계획안’ 발표 관련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