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 개발을 위한 생물학적동등성(생동) 시험 건수가 3년만에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복제약에서 신약 개발 위주로 국내 제약업계 판도가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허만료를 앞둔 대형 오리지널약의 부재와 오리지널약의 특허권리 부각으로 복제약 개발이 까다로워진 것도 원인이다.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11월16일까지 생동 시험 건수는 237건을 기록했다. 2013년 1월부터 11월16일까지는 730건으로 3년만에 500여건이 감소했다. 생동 시험은 복제약이 오리지널약과 효능과 효과, 안전성이 동등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식약처는 제약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검토해 품목허가를 결정한다.
생동 건수가 감소한 이유는 제약업계의 변화와 관련 깊다. 과거 국내 제약산업은 복제약과 내수 중심으로 성장했다. 복제약 약가를 후하게 쳐줘 상당한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2010년 무렵부터 제약산업 선진화를 위해 복제약 약가를 절반으로 떨어뜨리고 신약 위주로 R&D를 육성하면서 복제약 사업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복제약 사업으로는 수익창출의 한계가 생긴 것이다.
과거에는 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생동 시험을 많이 신청했다. 반면 최근에는 잘 팔 수 있는 약에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생동 시험을 신청하는 형태로 복제약 개발 패턴이 변화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지난 3월에 시행된 허가특허연계제도도 배경으로 지목된다. 허가특허연계제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제약산업 부문에 시행된 제도다. 허가특허연계제도는 의약품 허가에 특허권이 연계된 것이다.
기존에는 특허권리는 각사의 국한된 문제로 허가와는 별도로 운영됐다. 특허침해 여부와 상관 없이 품목허가가 승인됐다. 하지만 허가특허연계제도가 시행되면서 특허권리가 허가제도에 전면으로 부각됐다. 복제약을 개발하려면 허가 신청 전에 오리지널약에 대한 특허침해 여부 판단 또는 특허소송이 선행돼야 한다. 특허분석 능력과 R&D 역량이 있어야 복제약을 개발할 수 있다. 소송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생동 시험의 우후죽순 신청이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특허만료되는 대형 오리지널약의 부재도 요인이다. 연 500~600억원 팔리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치료제들이 줄줄이 독점기간이 종료돼 복제약 허가가 홍수를 이루는 때가 있었다.
노바티스 고혈압치료제 '엑스포지', 다이이찌산쿄 고혈압치료제 '올메텍', 베링거인겔하임 고혈압치료제 '미카르디스', 아스트라제네카 고지혈증치료제 '크레스토', 화이자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 등이 특허만료돼 수십개의 복제약들이 쏟아져나왔다. 이들 치료제는 동네의원에서도 처방 규모가 크기 때문에 국내사들은 너나 없이 생동 시험을 신청했다. 반면 최근에는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는 대형 오리지널약 수가 줄면서 생동 시험 건수도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복제약 허가가 크게 줄어든 것은 제약업계 판도가 변화했기 때문"이라며 "복제약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앞으로는 생동 시험보다는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시험이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기준 가장 많은 생동 시험을 받은 업체는 셀트리온제약으로 31건을 기록했다. 이어 종근당이 9건, 바이넥스가 8건, 파마사이언스코리아와 하나제약, 대원제약이 나란히 7건 순이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