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여대 생활대 학생회장 선거에 의류학과 교수들 개입

학교에 우호적인 특정후보 지지 압박…대리투표 제안까지

입력 : 2015-12-21 오전 9:00:00
사진/바람아시아
 
‘학칙’을 이유로 총학생회장 후보가 선거중에 자격을 박탈당해 투표가 중단된 성신여대에서 이번에는 의류학과 교수들이 생활과학대 학생회 선거에 개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복수의 성신여대생들에 따르면 이 대학 의류학과에 재직중인 두 명의 교수는 올해 생활대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특정 후보를 뽑으라고 학생들에 압력을 행사했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특정 후보를 뽑으라고 지시하는 한편 자신들이 대신 투표하겠다는 대리투표까지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거가 전자투표로 진행되기 때문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대신 투표할 수 있는 맹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번 생활대 선거에서는 의류학과 교수들이 선거에 개입하여 지지를 독려한 <생동감> 후보쪽이 4일 학생회장 당선됐다. 이에 따라 학생회 선거가 종료된 다음날인 12월 5일, 익명게시판 에브리타임에 “의류학과 교수가 생활대 학생회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단과대 선관위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투표 안한 학생들만 골라서 전화, 비밀선거와 직접선거 원칙 깨져
 
취재 중 만난 학생들은 올해 생활대 선거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교수로 ㄱ교수와 ㄴ교수 두 명을 지목했다. ㄱ교수는 12월 3일 자신의 수업시간과 동아리시간 및 전화통화 공지를 통해 1번 후보를 뽑으라고 지시했고, ㄴ교수는 전화를 돌려 동일한 지시를 내렸다. 또한 ㄱ교수가 다른 교수들에게 공지를 부탁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강의 중 ㄱ교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온 ㄷ교수가 투표하지 않은 학생들을 불러 모은 뒤, “이번 생활대 학생회선거 후보 가운데 1번 후보가 좋다더라.”고 말한 것이다. 학생자들은 “ㄱ교수가 한 말을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ㄱ교수와 대화를 나눈 뒤 들어온 ㄷ교수가 1번 후보를 뽑으라는 듯 한 공지를 했기에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ㄱ교수와 ㄴ교수는 투표 마지막 날까지 투표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전화를 걸어 다시 한 번 1번 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지시했다. 교수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은 A씨는 “투표기간 중 교수로부터 전화가 왔고 교수가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냐. 생활대 학생회 선거에서 1번(생동감 선본)을 뽑아라.’라고 말했다.”며 “교수는 투표 후 ‘투표 했다’는 확인 문자를 보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B씨는 교수들의 선거개입으로 직접선거와 비밀선거의 원칙이 깨졌다고 주장했다. 교수들이 대리투표를 제안했으며, 빈 강의실이나 자신의 연구실로 학생들을 데려가 교수가 보는 앞에서 투표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B씨는 “교수가 학과 동아리 시간에 직접 찾아와 ‘부탁 하나만 하겠다. 이번 생활대 선거에서 1번 후보를 뽑아라.’라고 말한 뒤 가버렸다. 이후 교수는 투표하지 않은 학생들을 빈 강의실이나 자신의 연구실로 데려가 자신이 보는 앞에서 1번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지시했으며, 전화를 걸어 포털 비밀번호를 알려주면 자신이 대신 전자투표 시스템에 로그인해 투표하겠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교수들의 선거 개입, ‘운동권’ 후보의 당선 저지하려는 의도 보여
 
교수들은 1번 후보를 뽑아야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으나, 학생들의 제보를 종합하면 교수들이 소위 ‘운동권’으로 분류되는 후보들의 당선을 저지하려고 했다는 것. C씨는 “작년에도 생활대 학생회 선거에서 교수의 선거 개입이 있었다. 당시 생활대 학생회 선거는 단일후보 선거로 치러졌는데, 교수들이 수업시간에 ‘그 후보는 정치와 관련 있으니 뽑으면 안 된다. 투표하기만 해봐.’라고 협박하며 해당 후보의 낙선을 종용했다.”고 밝혔다. D씨는 “교수들이 학과나 학생회와 무관한 동아리 활동에도 관여했다. ‘운동권과 관련한 동아리 활동은 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들은 학생도 있다.”고 증언했다.
 
교수들은 비단 ‘운동권’에만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았다. A씨는 “교수가 올해 선거에서 3번 후보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3번 후보는 현(現) 총학생회장단 <학생중심>의 계보를 잇는 후보였다. 이는 <학생중심>이 심화진 총장의 비리의혹해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과 관련 있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E씨는 “한 교수가 수업시간에 ‘(심화진 총장 퇴진 서명운동과 관련해) 서명 하기만 해. 서명한 사람 찾아내서 족칠 거야.’라고 협박했다. 교수들은 심 총장 비리의혹과 관련한 문제에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취재진은 해당 교수들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의류학과생들 “불이익 두려워 제보 못해”.. 현 단과대 선관위 차원의 조사 불신
 
의류학과 교수들의 이같은 비상식적 행태에도 이 학과 학생들이 대놓고 반발하거나 심지어 현재 이 문제와 관련하여 진행된 단과대 선관위 조사에도 응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졸업전시회이다. B씨는 “졸업전시회 때 교수님과 자주 접촉하며 작품에 관한 논의를 하는데, 만일 제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졸업전시회에서 불이익이 있을까봐 두려워한다”며 “실습수업에서도 교수가 낮은 학점을 줄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학생들 다수가 실질적인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증언이다. 실제로 교수들은 협박으로 느껴질 만한 발언을 자주 하고 있다. C씨는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상담을 하자고 할 때가 있는데, 사실상 ‘상담’을 위한 자리는 아니다. 교수가 싫어하는 일을 하려는 학생들에게 ‘너 그거 하지 마’라고 말하기 위한 자리다.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단순한 권고가 아닌 협박성 발언도 함께 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현재 생활대 단선관위(단과대 선거관리위원회) 차원에서 진행 중인 조사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말도 전했다. A씨는 “학과 단체카톡방에 생활대 단선관위가 사건과 관련한 제보를 받는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공지에는 12월 10일까지 제보를 받는다고 돼있었는데 의류학과에는 그 공지가 9일에 올라왔다. 의류학과 학생회가 일부러 늦게 알려준 것인지 단선관위가 자체적으로 늦게 공지했는지 모르겠지만 제보를 고민할 시간이 너무 짧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씨 또한 생활대 차원의 조사에 불신을 드러냈다. B씨는 “이미 교수가 밀어주던 1번 후보가 당선 됐고 내년이면 그들의 임기가 시작될 것이다. 현 학생회와 단선관위는 어차피 곧 해체될 거란 말인데 뭘 믿고 제보를 하겠나”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편 이번에 당선된 <생동감> 측은 지난 13일 “선거개입 문제는 단선관위 차원에서 조사 중이며 대응책은 아직 논의 중이다.”라고 밝혀, 재투표가 진행될지 여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취재/편집 : 바람 대학팀(http://baram.news / baramyess@naver.com)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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