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획) 성완종부터 안철수까지…정치권 인사들 정치판 뒤흔들어

본지 인물로 본 2015년 한국 정치 5대 사건 선정…유승민은 박 대통령에 배신자 낙인 찍혀

입력 : 2015-12-29 오후 2:26:39
다사다난했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2015년의 해가 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정치적인 대형 사건들이 많이 발생했다. 먼저 지난 4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뇌물 리스트’를 남기고 자살했다. 이 사건으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사퇴했다. 이어 4·29 재보선에서는 똑같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전 장관의 운명이 갈리기도 했다. 천 의원은 광주 서구을에서 당선됐지만 정 전 장관은 서울 관악을에서 탈락했다. 이어 7월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여당의 갈등이 폭발하면서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힌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이념 갈등이 증폭했고 최근에는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탈당으로 야당의 분열이 현실화된 상황이다.
 
1.성완종 스캔들로 발칵 뒤집힌 정치권
 
자원외교 비리 의혹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하며 남긴 메모가 '성완종 스캔들'로 비화되면서 정치권 전체를 떨게 했다. 전직 국회의원이었던 성 전 회장은 자살 전 전방위적 구명운동을 펼쳤으나 좌절된 후 허태열, 유정복, 홍문종, 홍준표, 부산시장, 김기춘, 이병기, 이완구 등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과 금전 액수를 적은 메모를 남겼다.
 
특히 성 전 회장은 자살 직전 가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2008년 대선을 앞두고 선거자금을 전달했다고 폭로해 메모와 생전 인터뷰를 근거로 한 불법대선자금 스캔들로 확산됐다. 아들의 병역문제, 녹취록 파문으로 힘겹게 국무총리직에 올랐던 이완구 전 총리는 파문의 직격탄을 맞아 끝내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메모에 거론된 인물 중 홍준표 경남지사와 함께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치르고 있다.
 
2.천정배 뜨고 정동영 진 ‘4·29 재보선’
 
올해 4·29 재보선에 출마했던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전 의원의 희비가 엇갈렸다. 천 의원은 야당의 텃밭인 광주 서을에서 당선됐지만 정 전 의원은 결국 웃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며 선거에 뛰어들었다. 천 의원은 ‘호남 정치 복원’이라는 슬로건을 걸어 광주의 민심을 사로잡아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로부터 여유롭게 승리를 거뒀다. 반면 정 전 의원은 ‘국민모임’의 독자 후보로 출마했으나 야권의 표가 분산, 결국 여당 후보인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3년 만에 정계 복귀하는 천 의원은 ‘국민회의’ 창당을 준비 중이고 선거에서 패배한 정 전 의원은 야권표 분산이라는 책임과 함께 현재 고향인 순창에 칩거 중이다. 하지만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했던가. 천 의원은 ‘안철수 신당’의 여파로 호남에서의 지지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고, 정 전 의원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복당’ 요청을 받으며 다시 정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모양새다.
 
3.유승민 사퇴로 당청 갈등 ‘파란’
 
원내대표 취임 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를 주장하며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꺼내들었던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청와대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야당과의 공무원연금 개혁법안 협상 내용에 대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사퇴, '법 위의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견제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 합의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여권 내부 권력 파동의 한 가운데 서 있었다.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었고, 유 전 원내대표는 당 의원총회, 최고위원회 등의 권고를 받고 취임 156일 만인 지난 7월 8일 사퇴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며 자신이 처한 정치현실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4.박근혜 대통령의 '국정교과서' 논란
 
박근혜 대통령은 11월10일 국무회의에서 "참으로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걱정이었다. 앞서 교육부는 10월12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행정예고했다. 현행 검정 교과서가 이념 균형을 잃었다는 이유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역사학자 90%가 좌파"라며 부추겼다. 새누리당은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는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금세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역사학자 대다수는 국정 교과서 집필을 거부했다. 10월25일에는 교육부가 국정화 비밀 조직을 운영한 사실도 들통났다. '친일·유신 교과서'라는 비판이 거셌지만, 박 대통령의 혼은 흔들리지 않았다. 복면을 쓴 국정교과서는 2017년 모습을 드러낸다. '역사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5.안철수 탈당으로 야권 분열 '현실화'
 
안철수의 선택이 내년 총선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13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차기 대선 경쟁자인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의 '불편한 동거'가 끝났다. 곧바로 신당 창당도 선언했다. 날개 없이 추락하던 지지율은 반등했다. 현역 의원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보인다. 거대 양당 체제가 무너질 분위기다.
 
총선 전망은 복잡해졌다. 안 의원은 새정치연합과의 선거 연대를 거부했다. 총선은 여야 맞대결이 아닌 '일여다야'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분열은 필패'라는 공식이 다시 고개를 든다. 새누리당 일부 지지층을 흡수해 야권이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야권에선 이미 인재 영입 경쟁이 시작됐다. 미완의 실험으로 남은 '새 정치'가 다시 새로운 길 위에 섰다.
 
정경부 국회팀
 
국회의사당과 주변 여의도 일대.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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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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