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CEO UP&DOWN)②실적부진이 '죄'…지나친 탐욕으로 비난받은 CEO도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튜링제약의 '마틴 슈크렐리'
타카타의 '타카타 시게시하'…트위터 '딕 코스톨로'

입력 : 2015-12-29 오전 10:00:00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한 구원투수와 탐욕의 화신, 안전 불감증을 가진 리더 중 누가 제일 나쁜 최고경영자(CEO)일까. 2015년 최악의 CEO 트로피는 마틴 빈터코른 전 폭스바겐 CEO가 가져가겠지만 이를 위협하는 경쟁자들도 많았다.
 
마리사 메이어 야후 최고경영자(CEO)는 부진한 실적에 내년 퇴출 1순위 CEO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는 '2016년 퇴진 1순위'로 예상됐다. 최근 로이터통신의 조사에 따르면 약 60%의 응답자가 메이어의 퇴진을 예상했다. 구글 출신의 메이어는 지난 2012년 야후를 살리라는 특명을 가지고 왔지만 야후는 여전히 바닥에서 헤매고 있다. 메이어는 취임 이후 인수합병(M&A)에만 30억달러를 쏟아 부었으나 성공작은 텀블러 하나뿐이었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주가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때 야후의 주가는 내리막을 걸었고 올해에만 30%가량 떨어졌다. 현재 야후의 시가총액은 320억달러 수준인데 300억달러가 넘는 알리바바의 지분가치를 제외하면 사실상 빈 껍데기와 다름없다는 평가다. 야후는 결국 지난 9일 핵심사업인 포털부문을 포기하고 투자회사로 변모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암울한 회사의 미래와 워커홀릭 기질 때문에 지난 10일 쌍둥이 딸을 출산한 메이어는 조만간 현업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미국 내에서의 육아휴직 정착을 막는 걸림돌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마틴 슈크렐리 전 튜링제약 CEO는 약값을 5500%배 올려 폭리를 취하려 해 비난을 받았으며 다수의 사기 혐의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뉴욕에서 슈크렐리가 체포되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AP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한 곳이지만 도가 지나치면 비난을 받는 법이다. 마틴 슈크렐리 튜링제약 전 CEO는 올해 새로운 탐욕의 화신으로 떠올랐다. 헤지펀드 출신의 33살의 젊은 CEO는 지난 8월 시판된 지 수십년된 항생제 '다라프림'의 판권을 사들이고 가격을 한알당 13.50달러에서 750달러로 5500% 이상 뻥튀기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의 맹비난이 이어졌고 이 영향으로 당시 미 증시에서 바이오섹터의 급락세가 연출됐다. 슈크렐리는 다라프림의 가격을 낮추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가격은 750달러에 머물러 있다. 슈크렐리는 가격 뻥튀기에만 능한 것이 아니었다. 앞서 운영하던 헤지펀드와 또 다른 제약회사 등과 연관된 사기혐의를 비롯해 주가조작, 마약혐의로 민·형사 소송을 당했다. 결국 슈크렐리는 지난 18일 튜링제약 CEO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최근에는 그가 CEO로 있던 또 다른 회사인 칼로바이오스가 상장폐지결정이 나며 사실상 공중 분해됐다.
 
일본의 에어백 제조업체 타카타도 올해 3세 경영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 포브스 등에 따르면 타카타의 에어백은 팽창압력이 너무 커 펼쳐지면서 운전자에게 금속파편이 날아가는 결함이 있었고 이 때문에 전 세계에서 8명이 목숨을 잃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 은둔형 리더로 분류되던 타카타 시게히사 CEO는 결국 지난 6월 언론 앞에 나와 10초간 고개를 숙여야 했다.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타카타가 에어백 결함 문제의 정보공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벌금 7000만달러를 부과했다. 타카타는 이번 사태로 미국에서만 3400만대 이상의 차량을 리콜했으며 1980년대 이후 이어온 혼다자동차와의 파트너십도 깨지고 말았다. 하지만 타카타는 여전히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실적부진에 시달리다 투자자들의 압박을 못 이기고 자리에서 내려온 비운의 CEO도 많았다. 대표 사례가 딕 코스톨로 트위터 전 CEO다. 코미디언 출신인 코스톨로는 지난 2010년부터 트위터의 CEO 자리를 맡아오며 2013년 트위터의 상장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며 트위터의 전성기를 이끈 인물로 평가됐다. 하지만 악화되는 실적과 더딘 이용자수 증가세, 줄어드는 광고수입에 결국 잭 도시 트위터 공동창업자에게 수장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코스톨로는 지난 6월 CEO 자리에서 내려온 이후 9월 이사회에서도 물러났다.
 
올해 포브스가 선정한 '2015년의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중 26위에 올랐던 엘런 쿨만 전 듀폰 CEO도 행동주의투자자의 압박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넬슨 펠츠가 이끄는 트리안펀드는 듀폰이 기대 실적을 충족하지 못하자 비용 절감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변화를 촉구해왔다. 지난 2월에는 보안업체 타이코를 이끌던 에드워드 브린을 이사회에 영입하며 본격적인 압박에 나섰다. 결국 쿨만은 11월 브린에게 CEO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부진한 실적에 쫓겨난 케이스지만 쿨만은 퇴직금 명목으로 280만달러를 챙겼으며 지난해에도 듀폰 주식을 매도해 3750만달러를 벌어들인 바 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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