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새해가 밝은지 4일이 지났지만 국회는 여전히 안개 속에 싸여 있다. 어느 하나 뚜렷하게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획정위원회까지 건너간 선거구 획정안 문제는 다시 난항을 거듭하고 있고 쟁점 법안 처리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이 때문에 8일 본회의가 정상적으로 열릴지도 미지수다.
새누리당은 오는 8일 본회의에서 선거구 획정안과 쟁점 법안을 함께 처리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선거구 획정안이 합의되지 않으면 쟁점 법안 처리도 불가하다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쟁점 법안은 노동 5법과 경제활성화법(서비스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등이다.
특히 정의화 국회의장의 요청으로 획정위로 넘어간 선거구 획정안 문제는 그곳에서 발목이 잡혔다. 획정위에서의 논의마저 여야 대리전 양상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획정위는 현재 여당 몫 4명, 야당 몫 4명의 위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분구 대상과 농어촌 지역 분배를 놓고 서로 자신을 추천한 당에 유리한 쪽으로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정 의장은 선거구 획정을 요청하면서 5일까지 획정안을 국회로 넘겨달라고 했지만 획정위는 향후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어 획정위의 획정안 마련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더욱이 정 의장이 선거구 획정안을 직권상정해도 부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현재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역구 의석수 253석안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정 의장의 직권상정에 새누리당이 동조하지 않는다면 정 의장의 직권상정안은 자동 부결된다.
여기에 쟁점 법안 처리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새누리당은 여당 입장에서 야당과 협의를 통해 물밑 접촉을 이어가야 하지만 이에 대해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야당도 당내 분열에 휩싸여 쟁점 법안 처리 등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8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가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야는 8일 본회의에서 선거구 획정안과 쟁점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1월 임시국회를 열어 이를 다시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1월 국회에서도 노동 및 경제 관련 법안 처리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월 국회를 열어도 뚜렷한 해법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총선 정국에 본격 진입하면서 국회는 임시휴업 상태가 될 전망이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정의화 국회의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로 새해 첫 출근길에 오르고 있다. 이날 정 의장은 "선거구획정 문제를 8일까지 해결하기 위해 여야 중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