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대 맨 문형표, 갈길 먼 기금본부 공사화

"조직체계 개편, 인적자원 전략적 배치 필요"
첫 출근길 노조에 막혀…야당 반대도 강고

입력 : 2016-01-05 오후 3:03:00
지난해 8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의 책임을 지고 보건복지부 장관직에서 사퇴한 문형표 전 장관이 4개월여 만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문 이사장이 총대를 맨 기금운용본부 공사화가 추진되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특히 문 이사장의 취임을 둘러싸고 노동조합을 비롯한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이 심해 당장은 조직 안정이 절실하다.
 
기금본부 공사화를 염두에 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인선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상황이다.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던 기금본부 공사화가 추진동력을 얻지 못했던 데에는 이에 반대하던 최광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 전 이사장이 홍완선 전 기금이사에 대한 ‘연임불가’ 결정을 둘러싸고 복지부와 갈등을 버리다 사퇴한 마당에, 복지부 입장에서도 보조를 맞출 인물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문 이사장은 복지부 장관 시절부터 기금본부 공사화를 주장해왔다. 지난달 31일 취임식에서도 문 이사장은 “기금운용본부의 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운용 전문성, 중립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면서 “거대한 기금 규모에 걸맞은 조직체계 개편과 인적자원의 전략적 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문 이사장이 기금본부 공사화를 주장하면서 강조해온 대표적인 명분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기금본부 개편안은 두 방향이다. 기금본부를 기금운용공사로 개편해 독립성을 확보하고, 현행법상 보건복지부 장관이 당연직 위원장인 기금운용위원회를 대통령 위촉 위원이 위원장을 맡는 기금운용공사 이사회로 바꿔 전문성을 확보한다(김재원 새누리당 의원 발의 개정안)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기금이사가 갈등할 수밖에 없는 제도적 한계와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 결여, 500조원에 달하는 적립금 규모 등이 있다.
 
이와 별개로 정부는 현재 대체·해외투자를 늘리고 투자의 공격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적연기금의 운용방식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기금본부 공사화가 논의되기까지는 극복해야 할 숙제가 많다. 무엇보다 기금본부 개편은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인데 야권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기금본부가 공사로 개편돼 기금운용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입김이 강해지면 연기금이 경기부양 등 정책적 목적에 따라 활용되면서 시장에 종속될 수 있다는 이유다. 결국 기금본부 공사화를 위해서는 국민연금 이사장의 개인적 의지와 상관없이 다가오는 20대 총선 결과만 바라봐야 하는 처지다.
 
국민연금공단 내 조직 안정화도 시급한 과제다. 문 이사장은 지난 4일 첫 출근길에서 노조원들에게 가로막혔다. 노조원들이 철수한 뒤 가까스로 사옥으로 진입하기는 했지만, 문 이사장의 ‘메르스 책임론’과 ‘공적연금 불신’을 둘러싼 내부의 반발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문 이사장도 당분간 조용한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취임과 동시에 민감한 사안을 건드려 분란을 조장하기보다는 조직 안정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전국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가 지난달 31일 전북혁신도시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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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