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에서 왕비를 간택한다고 칩시다. 왕비 후보가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누가 알아주겠습니까. 일단 열심히 돌아다녀야 눈에 띌 것 아닙니까.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외부에 회사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시장에서 제 가치를 인정받겠죠. 일부 상장사 대표들은 아직도 IR에 대한 인식이 낮은 상태라 답답합니다.”(금융투자업계 관계자 A씨)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코스닥 기업들은 IR 활동에 소극적입니다. IR(기업 설명 활동·Investor Relations)은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회사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설명하는 활동을 뜻하는데요. 해당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기 위한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IR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코스닥사의 경우 적극적인 IR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코스닥사들이 기업 탐방을 거부하거나 투자자들이 궁금해 하는 정보를 명확히 알려주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IR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경험상 주로 지방에 위치한 제조업 중심의 코스닥 기업이 IR에 소홀한 경향이 있다고 하네요. 기업 가치 향상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정보조차 제대로 전해주지 않을뿐더러 홍보에도 소극적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속사정을 살펴보면, 일부 코스닥사의 경우 IR을 적극적으로 할 수 없게 만드는 압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코스닥사 중 대기업에 납품하는 기업이 많다는 건 다들 아실 텐데요. ‘매출이 좋다’, ‘문어발 기업 S사, H사로 납품하고 있다’, ‘신기술이 있다’고 외부에 열심히 알릴 수 없는 건 자나 깨나 대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입니다.
실적이 좋다고 홍보하면 납품 중인 대기업에서 ‘우리한테서 이렇게 많이 남겨 먹었냐’고 인식해 ‘단가 후려치기’에 들어간다는 거죠. 또 ‘매출처로 우리 회사 이름을 팔지 말라’는 경고도 있어 이래저래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우리 장사만 잘하면 되지’라는 일부 대표들의 인식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에 상장한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비상장사의 마인드를 갖고 있는 대표들이 많다”며 “시장에 상장된 이상 투자자들에 대한 IR은 선택이 아닌 의무인데도, 아직까지 ‘구멍가게 사장님’의 태도를 버리지 못하는 분들이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사진/뉴시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