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주식시장은 비이성적인 심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섣불리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치밀한 분석에 입각해 시장을 살펴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밸류에이션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휴 영(Hugh Young) 영국 애버딘 그룹 자산운용 총괄 대표는 21일 서울 여의도 매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시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길게 가지 않을 것이란 점을 알고 있었다”며 “(지금 시장의 패닉은) 펀더멘털이 아닌 감정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시기일수록 어떤 곳에 기회가 있고 리스크가 있는지를 면밀히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 대표는 이어 “최근 증시가 비이성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국제 유가 동향에 따른 흐름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가 상승이 주가에 부정적이라고 하다가, 이제는 유가 급락이 나쁘다고 하는 상황이지 않나”고 말했다.
애버딘 그룹은 ‘홍콩발 쇼크’에 따른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입장을 내놨다. 영 대표는 “우리는 이번 사태를 접하고 오히려 흥분했다”며 "신흥국 시장의 펀더멘털이 탄탄하다는 전제 아래 가격이 떨어졌다는 점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흥국 시장의 경제 성장 속도가 과거에 비해 둔화되기는 했지만 선진국 시장과 비교할 때 여전히 빠르고,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위기 대처 여력을 갖췄다는 점도 언급됐다.
그는 이어 “한국 주식시장에서 위기로 볼 만한 펀더멘털 이슈를 발견해지 못했고, 군중 심리에 따라 자금 이탈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이러한 판단에 따라) 우리는 한국 증시의 종목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애버딘 그룹은 저평가된 미국 중소형주와 일본, 아시아 신흥국 시장 내 스몰캡 종목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영 대표는 “질 좋은 일부 우량 기업의 가격도 무차별적인 타격을 받아 저평가돼있다”며 “이는 투자자들에게 향후 25년간 글로벌 시장을 이끌 회사를 저렴한 가격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과거 성과가 우수한 펀드에 사후적으로 투자하는 것보다 ‘역발상 투자’를 모색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는 삼성증권과 애버딘 그룹의 업무협약(MOU) 체결을 앞두고 마련됐다. 삼성증권은 애버딘 그룹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신규 금융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휴 영 영국 애버딘 그룹 자산운용 총괄 대표가 2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역발상 투자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혜진기자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