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가격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과 시정명령 등을 처분받은 라면 제조·판매업체들이 잇따라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오뚜기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대법원은 "라면가격을 장기간 올리지 못하던 상황에서 농심이 먼저 가격 인상을 주도해 주었으면 하는 점에 공감하는 분위기 정도만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각 업체별 라면가격의 평균 인상률 편차도 있을 뿐 아니라, 2001년에는 라면가격이 인상되어야 한다는 점 이외에 구체적인 합의 내용도 특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원고 등이 오랜 기간 가격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이를 각자의 의사결정에 반영해온 것은 경쟁제한의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이에 관해 공정거래법상 정보 교환 합의를 부당한 공동행위로 의율할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정보 교환행위 자체를 곧바로 가격을 결정?유지하는 행위에 관한 합의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라면제품의 품목과 종류가 매우 다양하여 각 품목별로 가격을 정하거나 추종하는 합의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도 한국야쿠르트가 낸 시정조치 등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같은 취지로 판결했다.
공정위는 농심과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가 2000년 말부터 2001년 초 개최된 대표자 회의에서 농심이 먼저 가격을 인상하면 다른 업체들도 동참해 가격을 인상하기로 담합하고 2010년 2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라면 가격을 인상했다며 농심 등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농심은 1080억7000만원, 삼양 120억6000만원, 오뚜기 98억4800만원, 한국야쿠르트 62억6600만원의 과징금을 처분받았으나 삼양식품은 자진신고자로 과징금 부과를 피했다.
이에 농심 등은 다른 라면제조사와 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없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고 원심이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상고했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지난해 12월 농심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도 농심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