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이 연초부터 대내외적으로 고민에 빠졌다. 인수 대상인 KDB대우증권의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이자용 KDB대우증권 노조위원장은 1일 성명서를 내고 “노조는 그동안 이번 인수합병 구조의 불합리성을 전문가들과 법률적으로 분석했다”며 “법적으로 심각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최종 결론에 도달했고, 이에 따라 그동안 치밀하게 준비한 투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우증권 노조가 1일 미래에셋증권의 인수저지를 위한 투쟁 방침을 밝혔다. 사진/김재홍기자
대우증권 노조는 이날부터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금융위 앞에서 소규모 시위를 진행하며, 법무법인 넥서스를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해 법적대응에 나섰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과의 접촉에 나섰고 차입인수(LBO) 방식의 문제점에 대해 일부 의원이 공감을 나타냈다”며 “양사 합병 시 구조조정 가능성도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미래에셋의 인수를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노조는 LBO가 대우증권에 부담을 주는 방식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 측은 “LBO방식은 인수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차입하지만 미래에셋은 대우증권의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4분기 실적과 최근 주가부진도 고민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사진/미래에셋증권
주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4분기 실적이 부진한 것도 고민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주가는 지난해 4월 중순 4만3000원선까지 상승했지만 지난해 9월 9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12월 중순 1만7600원까지 떨어졌다. 1일에도 1만9100원에 거래를 마치는 등 좀처럼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의 영업이익은 1481억4800만원, 당기순이익은 1701억2300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5.7%, 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분기 영업이익은 120억원에 그쳤고, 당기순이익은 9억원의 적자로 전환됐다.
전배승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합병을 하게 되면 미래에셋그룹의 합병증권사에 대한 지분율이 16%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증자, 차입, 계열사 간 지분이동 가능성 등이 예상되는데 자본이 신규사업 투자가 아니라 지배구조 변화에 투입된다면 주주가치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