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지난달 31일 HSBC는 글로벌금융기관 마킷(markit)과 제휴해 한국에선 최초로 '한국 구매자관리지수(PMI)'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제조 분야에서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인도, 터키, 브라질 등 대다수 이머징 국가가 포함됐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신뢰도가 우선돼야 할 이 PMI 지수의 해석을 놓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 2개월치는 전자업체만 대상으로 지수 산출
PMI는 '중국 PMI 6개월 연속 확장' 소식에 2일 코스피지수가 1620선을 돌파했다는 분석이 다수였을 정도로 증시, 채권, 경기 전망 등에 큰 영향을 끼친다.
1일 공개된 한국의 PMI는 53.6이었다. PMI는 50을 넘을 경우 경영환경 개선을 50 미만일 경우 반대를 의미한다. HSBC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제조업이 견고하게 성장했다는 것과 제조업 영업환경이 6개월째 개선되고 있다"며 "한국경제가 V자 형태로 회복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도 자료의 PMI 그래프는 2004년도부터 2009년도까지 표기되어 있다. 2004년 부터 집계를 시작했다면 5년이 지난 지금, 왜 '최초 한국PMI 공개'라는 말이 나왔을까?
이 그래프는 엄밀히 말해 '한국 제조업 PMI그래프'가 아니다. 올 5월 이전 수치는 제조업 중 전자업체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치만 전체 제조업 지수를 나타낸다.
◇ HSBC 보고서의 그래프. 주황색 부분이 전자업체, 파란색 부분이 전체 제조업을 나타낸다.
그럼에도 HSBC는 "6개월 연속 성장"이라고 발표했다. 한 관계자는 "전자업체만을 대상으로 해도 지수의 신뢰성(credibility)엔 문제가 없었다" 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체 제조업PMI를 그동안 내지 않았는데 어떤 지수와 비교해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 데이터 한계..지수 왜곡 우려
홍콩 HSBC 아시아 이코노미스트조차도 "수출, 내수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 전자 업계를 대표로 지수를 냈고 한국은행에서 발표되는 제조업 지수들과 실제 큰 차이는 없다"며 "데이터의 한계가 어느 정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라고 털어놨다.
한국 제조업은 전자 이외에도 석유ㆍ화학, 자동차, 기계, 조선 등 많은 분야가 포함돼 있다. 업종별 경기 활성화 정도는 정부 정책, 국제 유가, 세계 경제 상황 등 여러 변수에 영향받는다.
자동차 세제 지원으로 올 상반기 자동차 판매는 대폭 늘었지만 기업들의 설비 투자(기계) 등은 매출액이 마이너스 13%대로 급락했다. 만약 자동차 업종만으로 한국PMI를 집계한다면 '한국 성장세', 기계 설비가 기준이 되면 '한국 하락세'가 될 것이다.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 될 수도 있다.
박유성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기준으로 경제지표를 작성할땐 계절성을 반영한 지표와 반영되지 않은 지표 두 가지를 넣게 한다"며 "제조업은 계절성 지표가 반영되야 하기에 4개월 기간을 갖고 추이를 보기엔 너무 짧다"라고 꼬집었다.
또 "비교 대상을 그렇게 달리 설정하면 그래프 상의 왜곡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HSBC의 한국 제조업 PMI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적어도 일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짧은 기간의 데이터로는 '무리한 전망'이 나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