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회사채 차환발행 어려워지자 현금 박치기

작년 만기도래 회사채 절반가량 현금 상환
건설사들 현금 상환 카드 만지작…자금압박 우려도

입력 : 2016-02-04 오후 3:45:21
[뉴스토마토 성재용 기자] 지난해 건설사들이 만기도래한 회사채 가운데 1조원가량을 현금으로 상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회사채 시장도 어려움이 예상되는데다 건설업계 역시 재무구조 개선 압박이 있어 당분간 현금으로 상환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계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약 1조6000억원으로, 작년 만기도래한 회사채 규모가 2조8000억원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조2000억원가량이 순상환된 셈이다.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면 건설업체들은 대개 차환 발행으로 빚을 상환해 왔다. 새로운 채권을 발행해 회사채를 상환하는 차환은 현금유출이 없어 건설업체가 자금조달에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최근 회사채 발행 환경이 녹록치 않아 차환발행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 상반기만하더라도 저금리 기조에 여러 건설사들이 회사채 시장에 나섰지만, 7월 발생한 대우조선해양(042660)의 대규모 부실 사태로 수주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발행이 급감했다. 실제로 9월 이후 건설사 회사채 발행은 2250억원에 그쳤다.
 
여기에 금융당국에서 수주산업 회계투명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발행 여건이 더욱 악화됐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 수주산업 회계투명화 방안이 마련되면서 건설업계가 증권신고서에 추가 정보 기재를 요구받았다"며 "이 때문에 추가 정보 노출을 우려한 건설업계가 회사채 발행을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올해도 건설사들은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가운데 상당 부분을 현금으로 갚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금 상환에 따른 자금압박이 가중되면서 자금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달 회사채 3200억원이 한꺼번에 만기도래하는 GS건설(006360)은 전액을 현금으로 갚기로 했다. 작년에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호텔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7550억원 가운데 40% 이상을 회사채 상환에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GS건설 관계자는 "무리하게 부채를 늘리는 것보다 안정적인 경영을 편다는 생각으로 만기 회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키로 했다"라고 말했다.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만큼 당장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하진 않겠지만, 수천억원대의 현금이 한꺼번에 유출되면 장기적으로 재무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장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는 롯데건설과 대우건설(047040)도 사정이 비슷하다. 내달 만기가 돌아오는 2500억원을 갚아야하는 대우건설의 경우 아직 자금조달에 대한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우수한 대형건설사들은 그나마 은행대출이나 사모채 발행 등 다른 자금조달 통로를 강구할 수 있다"며 "하지만 신용등급이 낮거나 현금이 넉넉하지 못한 중소업체들의 경우 이자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건설업계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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