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를 끝낸 국내 증시가 휴장 기간 확산된 글로벌 금융시장 악재를 한꺼번에 받으며 급락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당분간 국내 증시의 하락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1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6.25포인트(2.93%) 내린 1861.54로 장을 마쳤다. 설 연휴로 국내 주식시장이 휴장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 일본 증시가 급락했고,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도 부각됐다.
휴장 기간 국내 시장을 비껴갔던 이들 악재가 이날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코스피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홍콩 H지수의 폭락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10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 지연을 시사했지만, 다른 악재에 밀려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했다.
안현국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달러 변동성이 확대되고, 유럽 은행의 파산 이슈가 부각된 가운데 글로벌 증시 전반에 '시스템 붕괴' 우려가 커졌고,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됐다"며 "연휴 동안 발생했던 글로벌 증시 급락 충격이 국내 주식시장에 반영되면서 코스피가 크게 밀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증시 불안이 확대되면서 코스피는 장 중 3% 넘게 급락해 1860선을 이탈했다. 장 초반부터 이어진 외국인의 현·선물 매도세가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755억원을 내다팔았고, 코스피200선물도 7427억원 가량 매도했다. 기관과 개인이 각각 691억원, 432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코스피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수급과 펀더멘털 측면에서 유가증권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취약한 코스닥 시장의 경우 악재의 타격은 더 컸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3.62포인트(4.93%) 하락한 647.69로 마감됐다. 지난해 8월21일(4.52% 하락)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것이다.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150억원, 1349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2444억원을 사들였다.
설 연휴를 기점으로 안도랠리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이 무산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보수적 대응에 주력할 것을 권하고 있다. 단기 저점은 1830~1840선으로 제시됐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3분기까지도 큰 호재가 없어 시장은 당분간 어려운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기대 수익률을 낮게 잡고, 지수보다는 개별 종목 중심으로 대응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안 연구원도 "글로벌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코스피는 박스권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며 "단기 저점은 지난달 전 저점 수준인 1830~1840선으로, 반등을 하더라도 1970선 이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한 리스크와 일본 등 해외 증시 급락 등의 악재로 코스피가 큰 폭으로 떨어진 11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