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개성공단 폐쇄 결정 유감

이종철 몽골 후레 정보통신 대학 교수(철학박사)

입력 : 2016-02-17 오전 10:34:39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연휴 남측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과 그 이후 전격이루어진 북측의 공단 자산 동결 조치는 남북관계가 얼마나 살 어름판 위에 있고 돌발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덕분에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업체들은 눈뜨고 코 베인 식으로 그동안 땀과 노력을 들인 재산을 하나같이 털린 격이 되고 말았다.
 
이번 결정은 잠정 중단이 아니라 폐쇄 결정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핵실험과 로켓 발사에 대한 분노가 크다 보니 상대의 퇴로를 막아놓고 진검승부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보인 것이다. 2013년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 받음 없이 남과 북은 개성공단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한다.”고 합의한 것을 깰 정도면 남측의 분노를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물론 그에 따른 파장을 주도하고 수습하는 책임도 막중하다.
 
정부는 이번 폐쇄 결정이 북한의 자금줄을 틀어막을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하지만 전문가 진단에 따르면 그 효과는 미미한데 반해 피해는 오히려 남측이 클 수 있다. 당의 명령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북측과 달리 대한민국은 개인의 사유재산권과 기업의 자유로운 영리 활동을 헌법에 보장하고 있는 자본주의 국가다. 당장 피해 업체들은 정부의 이번 결정에 따른 피해 보상을 위해 법적인 조치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원천적 책임이 북한에 있다고 하면서 ‘보상’이 아닌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급박한 전시 상태에 내린 긴급 명령의 성격보다는 다분히 보복성 결정에 가깝다. 따라서 이런 정도의 상황에서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을 정지시킨 결정은 법적 근거와 관련해 법정에서의 다툼과 법리 논쟁을 면하기 어렵다. 대통령의 권한은 헌법에 기초한 것인데 만약 초법적으로 결정을 한 것이라면 헌법을 파괴하는 행위이고 법치국가의 원리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현 정부가 이렇게 성급한 결정을 내린 데는 개성공단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컸기 때문이다. 공단운영에서 나온 자금이 핵무기나 미사일 개발에 흘러 들어간다는 판단이 그렇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는 일치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개성공단이 남북 간의 팽팽한 긴장과 군사적 대립의 완충지대라는 점을 현 정부는 애써 무시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경제적 관점 이상으로 남북 간에 미래의 통일을 준비하는 이해와 협력의 공간 역할을 해왔다. 남측 못지않게 북측도 이곳을 평화지대로 운영하려는 의도가 컸던 곳이다. 당장 공단이 폐쇄되자 공단자산이 동결되고 남북 간의 모든 대화 채널이 끊어졌다. 과거 개성에 주둔했던 북측의 최정예 2군단이 다시 남쪽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아무튼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이 첨예화되고 그에 따른 비용과 리스크는 천문학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도박적 결정의 성공가능성에 대해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이번 폐쇄조치는 너무 빨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과의 공조 체제도 흔들어 놓고 있다. 당장 싸드(THAAD) 배치 문제로 우방 중국의 경고와 보복성 발언이 따르고 러시아도 북한과의 연계 발언으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자연스럽게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신 냉전체제가 형성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발사에 대해 국제사회도 비판적이지만 한국의 너무 앞서간 행동은 주변국들과 새로운 갈등을 야기하고 그만큼 운신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영리한 토끼는 제 살 굴을 세 개나 판다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말이 있다. 어려울 때 일수록 해법을 위한 다양한 카드를 마련해서 침착하게 접근해야 할 터이다. 그런데 감정판단이 앞서다 보니 대북관계가 더욱 출구 없는 골목에 갇히는 것은 아닐까?
 
이종철 철학박사/몽골 후레 정보통신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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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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