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보기엔 승승장구한 인생처럼 보이지만 저는 전형적인 흙수저입니다. 집안이 어려워 10대 시절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다양한 분야의 경험이 많은 만큼 실패가 잦았고 상처도 컸죠. 자만하면 언제든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일이 너무 좋아서 펀드매니저가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회사를 거의 집처럼 쓰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경준 JP에셋자산운용 펀드매니저(34)는 ‘여의도의 괴짜’로 통하는 인물이다. 증권가에 입성하기 전 텔레마케터 영업사원, 자동차 정비공, 컴퓨터 수리 기사, 연예기획사 사원, 게임회사 인턴, 단역 배우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보유 중인 자격증만 17개에 달한다. 한 번 ‘꽂힌’ 분야라면 미친 듯이 파고드는 집중력으로도 유명하다. 지금 그가 몰입 중인 분야는 ‘공모주 투자’다. 기업공개(IPO), 공모주 투자 부문에선 업계 1위의 펀드매니저라고 자부한다.
이경준 펀드매니저(과장)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기업공개(IPO)를 통해 공모주 상장이 진행되면 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 미팅에 참석해 분석 리포트를 작성하고, 수요예측에 참여할 지 여부를 결정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분석을 기반으로 투자를 결정하고 펀드를 운용하는데 특히 IPO, 공모주 분야에 특화된 펀드매니저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그가 선별해 운용한 공모주 펀드의 수익률이 100%를 초과하자, 회사에서는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3개월 만에 대리에서 과장으로 직급이 올라간 것이다. 다들 어렵다는 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거둔 비결이 궁금했다. 이 과장은 10대부터 20대까지 쌓은 많은 경험이 ‘피와 살’이 됐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다른 유통 주식이 아닌, 공모주 한 분야에 몰입한 전략이 통했다는 설명이다.
이 과장은 “LIG투자증권 투자은행(IB) 부서에서 3년간 일했고, 연예기획사도 거쳤기 때문에 주관사와 발행사 양 쪽의 심리를 다 알고 있다”며 “아마 우리나라에서 IB와 발행사 두 곳을 다 겪은 펀드매니저는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 곳에서의 업무 경험 덕에 ‘발행사에서는 어떤 것을 원하고, 주관사는 어떤 과정으로 선정했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성과도 상대적으로 컸던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직업을 거쳐 쌓은 경험은 공모주 옥석가리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과장이 공모주를 선별하기 전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일은 해당 기업에 대한 분석 리포트를 작성하는 작업이다. 기본적인 업황 설명에 그치지 않고, 수급과 경영자의 심리 상태 등 될 수 있는 한 많은 정보를 넣어 20페이지 가량의 리포트를 작성한다.
이 과장은 “청약에 들어가고 상장됐을 때 유통시장에서 이 주식을 어떻게 볼 것인지를 계산하고, 대표의 말투와 심리 등 사소한 정보라도 전부 기록한다”며 “자동차 회사, 유통사,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두루 거쳤기 때문에 공모주가 속한 업종에 대한 이해도도 남들보다 빠르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특별히 시킨 것도 아니지만,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분석에 공을 들인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올해 목표는 IPO, 공모주 전문 펀드매니저라고 하면, ‘이경준’을 떠올릴 수 있도록 성과를 내는 것이다. 이 과장은 “빚이 많아 탈출구를 찾다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고, 작년 12월말에야 1억원의 빚을 청산하게 됐다”며 “모든 부담이 사라진 올해부터는 투자와 연구에 '올인'해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경준 JP에셋자산운용 펀드매니저. 사진/뉴스토마토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