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재계는 외국인 투자 확대를 반기는 분위기다. 공장을 비롯한 생산시설 설립, 지분 매입을 통한 자본스톡 증가 등이 궁극적으로는 생산성을 높인다는 판단에서다. 고용 창출과 기술 이전 등의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한다. 외국인 투자가 늘면서 국내 상장기업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지분율은 평균 10% 중후반대에 이른다. 금융권의 경우 평균 40%대에 육박할 정도다. 국가산업의 기간인 금융자본이 외국인에 점령당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취재팀은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자산 상위 30대 기업집단의 상장 계열사 181곳을 대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얼마나 지분을 취득했는지 전수 조사했다. 지난달 26일 기준 30대 기업집단 상장 계열사의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은 평균 14.09%로 집계됐다. 1년 전인 2015년 2월26일(14.79%)과 비교하면 소폭(4.8%) 감소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여전히 국내 시장에서 큰 손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10대그룹 89개 상장 계열사로 대상을 좁히면,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은 평균 16.28%로 올라간다. 1년 전(16.82%)과 대비해 3.3% 줄었지만 비중은 30대그룹 전체보다 높다. 그룹별로는 현대차가 25.62%로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이 가장 높은 가운데, LG(24.86%), 삼성(21.97%), 롯데(15.81%), GS(14.96%) 순이었다.
개별 상장기업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에쓰오일로, 78.43%다. 1년 전보다 5.4% 늘어났다. 2위는 현대모비스로 49.99%(5.1%↑)를 기록했으며, 삼성전자(49.51%), 동부화재(49.46%), KT(49.00%), 삼성화재(48.92%), 에스원(48.04%), 포스코(47.24%), SK하이닉스(47.03%)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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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세도 엿보인다. 10대그룹 중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이 전년보다 증가한 곳은 현대차, SK, GS, 한화 등 4곳뿐이었다. 삼성, LG, 롯데, 포스코, 현대중공업, 한진 등은 모두 줄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현대모비스, 삼성화재, 포스코, SK하이닉스, 이마트, 현대차,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LG화학 등 핵심 계열사는 여전히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이 30~40%대로 높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눈독 들이는 곳은 따로 있었다. 금융권이다.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국내 금융지주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은 38.79%에 달한다. 10대그룹 지분율(16.28%)의 2배를 넘는다. 제조업 기반의 국내 주요 기업들 수익성이 악화되자 투자에 대해 신중해졌음에도 금융권 지분은 그대로 유지했다. 특히 최근 폭락장에서도 금융권에 대한 신뢰는 변함이 없었다.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곳은 KB금융으로 68.33%다. 이어 신한지주(65.56%), 하나금융지주(65.39%), DGB금융지주(64.07%), BNK금융지주(45.54%)가 '빅5'를 형성했다. JB금융지주는 외국인 지분율이 29.28%로 6위였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이 179.4%를 기록할 정도로 외국인 투자가 몰렸다. 빅5는 지분율만 놓고 보면 외국계 은행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금융권에 몰리는 외국인 투자는 직접투자 규모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산업부문별 외국인 직접투자 통계를 보면, 금융·보험업종에서 외국인 투자에 따른 인수합병 건수는 84.2% 늘었고(19건→35건), 투자액은 1360.8% 폭증했다.(신고금액 기준, 2억5975만달러→37억9461만달러)
반면 같은 기간 전기·전자업종에 대한 M&A는 그대로였으며(35건→35건), 투자액도 161.4% 오르는 데 그쳤다.(1억1729만달러→3억663만달러) 기계·장비업종 역시 M&A 건수와 투자액이 각각 65.0%, 61.7% 밖에 늘어나지 못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