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시판에 특정인에 대한 진정한 사실을 게재했더라도 그 특정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게재한 경우 명예훼손으로 처벌토록한 구 정보통신망법 관련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아파트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같은 아파트 주민을 비방하는 글을 올려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된 최모씨 등이 "구 정보통신망법 70조의 '비방할 목적'은 의미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하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보통신망법 70조에서 처벌토록 한 '비방할 목적'은 일반인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거나 다른 법령들에서도 사용되는 일반적 용어이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표현인 '비판할 목적'과는 구별된다"며 "대법원도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 비방할 목적은 부인된다고 판시해 비방할 목적과 공공의 이익에 대한 판단기준을 분명하고 제시하고 있어 심판대상 조항은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경우에도 우리 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해 명예훼손적 표현을 규제함으로써 인격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며 "심판대상조항은 명예훼손적 표현을 규제하면서도 '비방할 목적'이라는 구성요건을 추가로 요구해 규제범위를 최소한도로 하고 있는 만큼 정보통신망에서의 명예보호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위축효과로 이어어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이수·강이원 재판관은 "심판대상 조항은 진실한 사실을 지적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스스로 표현행위를 자제하게 되는 위축효과를 초래하고, 반박문 게재나 명예훼손적 게시글 삭제, 민사상 손해배상, 정정보도 내지 반론보도 등 형사처벌 외에 다른 덜 제약적인 명예훼손 구제제도가 존재하는데도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법익균형성 원칙에 위반돼 결국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최씨는 2011년 11월 자신이 사는 아파트 인터넷 홈페이지 내 입주민공간 자유게시판에 "입에 담지 못할 욕설 그리고 폭행"이라는 제목으로 같은 아파트 주민을 비방하는 글을 게재한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최씨는 상고심을 계속하던 중 처벌근거가 된 정보통신망법 70조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대법원이 기각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한편, 모 회사에 5000만원을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자 2008년 8월부터 2012년 7월까지 16회에 걸쳐 인터넷 다음사이트 아고라 게시판에 회사 대표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가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으로 기소된 김모씨가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도 최씨 사건과 병합됐으나 같이 기각 결정을 받았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사진/헌법재판소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