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흔들렸던 국내 증시가 또다시 기로에 섰다. 3월 중순까지 대기 중인 주요국 정책 이벤트를 앞두고 시장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뜻밖의 정책 호재가 나오더라도 코스피가 상승 추세로 전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눈높이를 낮추고 대응할 것을 권하고 있다.
1일 <뉴스토마토>가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3월 코스피는 1860~1980포인트 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 코스피 등락 범위(1817~1929포인트)와 비교해 하단과 상단은 각각 43포인트, 51포인트 높아졌다.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 여파로 크게 출렁였던 지난달보다는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신흥국 통화 가치, 외국인 매도세 등 국내 증시를 압박했던 불확실성 요인은 3월부터 점진적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달 국내 증시의 향방은 월초부터 줄줄이 예정된 글로벌 정책 이벤트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3일부터 시작되는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정치협상회의)와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10일), 일본중앙은행(BOJ) 금융정책회의(14~15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15~16일) 등 굵직한 일정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 이벤트 결과가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킬 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위기 의식이 고조됨에 따라 선진국 중앙은행 간 정책 공조의 필요성이 커졌다”며 “대형 이벤트를 통해 도출될 정책들의 강도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통화정책 공조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은 낮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한요섭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ECB와 BOJ 등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NIRP)을 확대할 예정이지만, 현재까지 NIRP를 통한 효과가 미미했고 금융 시스템 전반에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며 “정책 기대감에 대한 눈높이는 낮추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정책 기대감과 현실 간의 괴리가 여전히 크고, 서프라이즈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시장은 그 다음 카드에 대해 우려할 수 있다”며 “이익과 펀더멘털 모멘텀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추세를 돌리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코스피의 탄력 상승을 담보할 만한 매크로 환경 개선에 대한 신뢰도가 부족한 시점에서 시장 전문가들은 이달에도 보수적 대응에 집중할 것을 권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달과 같은 선진국 증시 급락이 재현되고,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확대될 경우 시장은 경기 침체와 약세 국면 진입을 고민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며 “일정 수준 이상의 현금 보유를 전제한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