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이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대통령을 욕할 경우 상관모욕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한 군형법 64조 2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트위터에 대통령을 욕하는 글을 올렸다가 군형법상 상관모욕죄로 기소된 특수전사령부 중사 A씨가 “심판대상 조항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헌법에서 국군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강조하는 취지나 효과적 국방정책 실현방안 등을 고려할 때 군인 개인의 정치적 표현에는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고 군조직 특성상 상관을 모욕하는 행위는 상관 개인의 인격 침해를 넘어 군기 문란행위”라며 “그로 인해 군조직의 위계질서와 통수체계가 파괴될 위험성이 커 이를 군형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판례상 단순 결례나 무례 수준을 넘어 상관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경멸적 표현에 해당해야만 심판대상 조항의 처벌대상이 되기 때문에 남용 우려가 적고, 형법 20조 정당행위 규정 등에 의해 구체적 사건에서 표현의 자유를 통해 보장되는 이익 및 가치와 명예 보호를 통한 이익 및 가치가 적절히 조화되도록 심판대상조항을 적용하고 있다”며 “심판대상 조항은 침해 최소성의 원칙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군인의 상관 모욕행위를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한다면, 개인적인 합의로 고소가 취소됐다는 사정만으로 처벌이 불가능하게 되고, 그로 인해 근무기강이 해이해질 위험이 농후할 뿐만 아니라 군의 지휘체계와 사기를 무너뜨려 국토방위와 국가의 안위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며 “비록 그 표현에 군인 개인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 포함될 수 있더라도 군조직의 특수성과 강화된 군인의 정치적 중립의무 등에 비추어 그 제한은 수인의 한도 내에 있기 때문에 심판대상 조항은 군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김이수·강일원 재판관은 “심판대상 조항의 구성요건인 ‘모욕’의 범위는 지나치게 광범위해 현실 세태를 빗대어 우스꽝스럽게 비판하는 풍자·해학을 담은 문학적 표현, 부정적인 내용이지만 정중한 표현으로 비꼬아서 하는 말, 인터넷상 널리 쓰이는 다소 거친 신조어 등도 모욕죄로 처벌될 수 있으므로, 헌법상 보호받아야 할 표현까지 규제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김 재판관 등은 또 “모욕죄의 형사처벌은 다양한 의견 간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통해 사회공동체의 문제를 제기하고 건전하게 해소할 가능성을 제한한다”며 “정치적·학술적 토론이나 의견교환과정에서 사용된 일부 부정적 언어나 예민한 정치적·사회적 이슈에 관한 비판적 표현이 모욕에 해당해 규제된다면, 정치적·학술적 표현행위를 위축시키고 열린 논의의 가능성이 줄어들어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인 기능이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김 재판관 등은 이어 “국가형벌권의 행사를 형법으로 규정하고자 할 때는 최소한의 행위에 국한되어야 하는 점, 단순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행위는 시민사회의 자기 교정기능에 맡기거나 민사적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규제할 수 있는 점, 모욕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국제인권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A씨는 2011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총 9회에 걸쳐 자신의 트위터에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욕하는 글을 올려 상관을 모욕했다는 혐의(상관모욕죄)로 기소돼 보통군사법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이에 항소하면서 상관모욕죄를 규정한 군형법 64조 2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항소와 함께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 사진/헌법재판소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