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한 공공기관에서 시설경비직으로 일하고 있는 이모(31)씨는 해당 공공기관이 아닌 용역업체 소속(소속 외 근로자)이다. 연장근로가 잦아 초임은 다른 비정규직보다 높았지만, 시중노임단가를 기준으로 임금이 책정되고 소속 업체가 바뀌는 1~2년마다 새로 근로계약을 맺어야 해 임금인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씨는 “연장근로일수에 따라 신입직원이 7~8년차 직원보다 월급을 많이 받아가기도 한다”며 “경력이나 근속연수는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의 상당수는 시중노임단가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청소·경비 등 단순노무용역을 사용하는 375개 공공기관(국·공립대 제외)이 체결한 용역계약 703건 중 시중노임단가를 준수한 계약은 36.1%에 불과했다. 최저임금법 위반은 64건이나 적발됐다. 정부가 최저임금보다 높은 시중노임단가를 지급하더라도 용역업체를 거쳐가는 과정에서 노동자에게 가야 할 임금의 일부가 떼이기 때문이다.
또 이씨 같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고용안정성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지 2년이 안 돼 업체가 바뀌어버리면 무기계약 전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고용승계 여부에 따라 일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체가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직원을 교체하거나 직원 수를 줄인다면 용역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어떤 보호도 못 받고 실업자가 돼버린다.
하지만 용역을 비롯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올해 비정규직 고용개선대책에서도 제외됐다. 또 이들의 무기계약이나 직접고용 전환 여부는 검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최근 비정규직 고용개선대책의 일환으로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기간제 노동자 1만5262명을 내년까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1단계 전환계획을 통해 7만4023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특히 정부는 올해부터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목표관리제를 시행해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 규모를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정원의 5%, 지방공기업은 정원의 8%로 제한할 계획이다. 또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신설업무에 대해서는 ‘2년 지속’ 요건과 관계없이 상시·지속 업무로 판단해 정규직을 채용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반면 실효성 있는 간접고용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그나마 있는 대책이라고는 파견·용역 다수 활용분야 사례조사, 상시·지속 업무 소속 외 근로자에 대한 합리적 운영방안 검토가 전부다.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이행 여부 점검은 각 사업장 자율에 맡겨졌으며, 시중노임단가 산정방식 개선과 용역계약 장기화 성공모델 발굴·확산 등은 중장기 과제로 미뤄졌다.
여기에 간접고용은 일반 비정규직과 별도로 구분돼 무기계약직 전환 계획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간접고용이 고용이 아닌 기관 간 용역계약이고, 용역업체 소속의 간접고용 노동자는 기간제나 파견을 일컫는 비정규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용역·위탁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일부 직종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문제, 고용승계 의무화와 고용승계 시 기존 근로계약을 유지하는 문제는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또 공공부문의 간접고용 규모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데 반해 그 실태는 2년마다 한 번씩 파악되고 있다. 2014년 공공부문의 파견·용역노동자는 11만4000명으로 2012년 대비 3000명 늘었지만, 이후 조사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아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오민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실장은 “정부는 파견·용역을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기간제는 조금씩 줄어들지만 간접고용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며 “이번에 보호지침 준수 여부 등을 점검하겠다고 하는데, 이건 대책이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정부세종청사 청소용역 노동자들과 공공비정규직노조,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 노조 등이 지난해 9월 22일 기획재정부 앞 인도에서 '정부세종청사 용역노동자 공동투쟁 기자회견'을 열어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