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단체 '우후죽순'…긍정·우려 교차

"다양성 수용 필요, 자연스러운 현상"
'집단이기주의·파벌화' 가능성 우려도

입력 : 2016-03-03 오전 6:00:00

최근 임의 변호사단체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법조계 이슈는 물론, 사회적 쟁점을 두고 여러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최근 1년 새 변호사 단체 3개가 연이어 창설되면서 재야법조계는 어느 때보다 뜨거운 논의의 장이 열리고 있다. 

 

변호사단체는 크게 법정단체와 임의단체로 나뉜다. 변호사법상 설립이 정해진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를 비롯한 전국 지방변호사회가 바로 법정 변호사단체다. 임의 변호사단체는 뜻을 같이하는 변호사들이 법적 근거나 규제 없이 자생적으로 만든 단체다. 

 

1988년 5월 28일 베어스 타운에서 회원 51명으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출범된 이후 2014년 9월 '행복한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출범하기까지 26년간, 창설된 임의 변호사단체는 적지 않았으나 꾸준히 활동 중인 단체는 7~8개로 파악되고 있다. 민변을 필두로 출범 순서로 나열해 보면 한국여성변호사회(1991년), 헌법을생각하는변호사모임(1998년 4월),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2005년 1월), 한국사내변호사회(2011년 11월),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2013년 9월), 행복한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2014년 9월) 등이다. 

 

최근 6개월 사이 3개 단체 출범

 

그러나 지난 해 9월 로스쿨출신 변호사들이 모인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정욱)가 출범한 이후, 올해 1월에만 사법연수원 출신의 청년 변호사들이 주축이 된 대한법조인협회(회장 김학무)와 대한특허변호사회(회장 김승열) 등 2개 단체가 결성됐다. 

 

최근 출범한 임의 변호사단체의 특성은 회원규모가 크고 '사법시험 존폐'나 '로스쿨 제도', '변리사와의 직역분쟁' 등 특정 이슈가 단체 결성의 마중물이 됐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런 특정 이슈를 사이에 두고 대결 내지 갈등구조를 보이는 특징 또한 가지고 있다.  

 

한국법조인협회(이하 한법협) 소속 로스쿨 출신 현직 변호사들이 지난해 12월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법시험 존폐'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법조인협회와 대한법조인협회가 각을 세우고 있다. 대한특허변호사회는 대한변리사회와 직역 문제가 맞물리면서 갈등 전선이 법조계 밖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대한변리사회는 대한특허변호사회 출범에 대해 "'자동자격'이라는 특혜를 받는 우리나라 변호사들이 자동자격만으로도 부족해 '전문성'을 위장하는 '포장술'까지 선보이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변호사들의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임의 단체의 활성화 자체에 대해 법조계는 노선과 목표를 떠나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변호사 2만명 시대를 이미 훌쩍 넘겼고 최근 로스쿨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통해 변호사들이 대량으로 양산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단체 구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장주영(54·사법연수원 17기) 전 민변 회장은 "변호사 숫자가 증가하면서 과거와 달리 현재는 이해관계와 성향이 다른 변호사들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며 "지신들의 이해관계나 성향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단체를 결성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장 전 회장은 또 "국민입장에서는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을 할 수 있지만 변호사들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단체적 요구를) 하지 말라고는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만의 특성…당분간 지속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인 이헌(56·연수원 16기) 변호사는 "단기간 내에 임의 변호사단체들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특성"이라며 "변호사 수가 많아졌고 구성원들이 다양해지다보니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현상은 숙제가 많은 변호사 업계나 우리 사회의 단면을 반영하는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며 "당분간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정 변호사단체 측 입장도 다르지 않다. 신영무(73·사법시험 9회) 전 대한변협회장은 "(최근 출범한 임의단체에 대한)충분한 기간 동안의 활동 상황 등 정확한 사실관계가 파악이 안 된 상황이라 조심스럽다"면서도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 신장과 참여 회원들의 자질향상 쪽으로 발전이 된다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61·연수원 17기)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도 "변호사가 이미 2만명을 넘어선 만큼 대한변협 한 단체만으로는 그 많은 목소리를 다 대변할 수 없다"며 "임의 변호사 단체가 많이 생기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나승철(40·연수원 35기) 전 서울변호사회장은 "변호사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필요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기존 법정단체로서는 다양해진 변호사들의 요구나 의견들을 원활히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임의단체들이 변호사들의 다양한 요구를 법정단체에 전달하면서 구성원의 다양화로 생기는 간극을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나 전 회장은 또 "이슈에 따라서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민주주의사회에서 매우 정상적인 절차"라며 "갈등이라기보다는 변호사들의 건강한 의견제시"라고 설명했다. 

 

현직 법정 변호사단체 관계자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김한규(47·연수원 36기)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다양한 목소리가 생기는 것은 오히려 정상적인 현상"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대한변협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도쿄시 한 곳에만 법정 변호사 단체가 3개가 있어 변호사들이 정치적 성향과 가치관에 따라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며 "지위와 나이, 출신들이 모두 다른 2만명이 넘는 변호사들의 목소리를 법정 단체만으로 모두 대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여러 임의 단체가 생기는 것은 그 자체로서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한변협은 변호사 구성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중지를 모아 임의 단체간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최소화 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월20일 오후 서울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회관 대강당에서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들이 '대한법조인협회' 창립총회를 하고 있다.

 

사익만 쫓다가 변호사 의무 저버릴 수도

 

물론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임의 변호사단체를 통해 표출되는 요구가 파벌싸움 등으로 오염되거나 집단 이기주의로 변질돼 사익만 쫓다가 변호사의 기본적 의무를 저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장 전 회장은 "그동안의 임의 단체 중에는 이름만 걸어놓고 실체가 없는 단체들도 없지 않았다"며 "특정 변호사가 이미지 관리나 명성, 대외활동을 위해 임의 단체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변호사법상 변호사들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옹호와 사회 정의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만큼 과열된 이해관계가 변호사로서의 기본적 의무를 덮어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 임의 단체들은 우리사회 민주주의나 법치주의, 국민의 이익 증진에 기여했느냐는 관점에서 정당성이 판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변의 이 대표도 "임의 단체가 지엽적인 목적만을 위해 결성돼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전 협회장은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문제를 두고 공익과는 무관하게 집단이기주의적 측면에서 임의 단체가 결성돼 파벌을 형성하고 사익을 추구를 위해 세력활동을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그것은 정치판의 싸움게 다를 게 없다. 변호사들은 그래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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