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국내 증시를 외면했던 외국인이 지난달 중순 이후 매수 규모를 늘리고 있다. 다만 외국인이 매수 기조로 완전히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려운 시점이다. 펀더멘털 개선이 확인되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달 25일부터 5거래일간 순매수세를 지속했다. 이 기간 사들인 주식은 1조3107억원이다. 3일 하루만 4965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일간 매수 규모로는 지난해 5월15일(4799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3개월간 8조18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내다팔며 순매도 기조를 이어왔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진정된 가운데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누그러지고, 위험자산 회피 심리도 완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매수세도 다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은혜 KR선물 연구원은 “우리 시장을 둘러싼 여러 악재 요인이 줄어든 가운데 지난달 중순부터 외국인 매도세가 완화되기 시작했다”며 “호주중앙은행(RBA)이 외환보유고의 5%를 원화 표시 채권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국인 매수세가 추세적으로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만에 월간 단위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아직 외국인 매수세가 기조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도 “국제유가 반등의 영향으로 중동계 자금 이탈이 마무리되면서 수급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인데,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특별히 사들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배 연구원은 이어 “국제 유가가 저점을 찍었다는 사실만 확인되면 대규모 매도 물량이 출회되지 않겠지만, 글로벌 증시가 변동성을 확대할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이 재현될 수도 있다”며 “지수의 상승 탄력이 전반적으로 둔화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