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대상 회원자료 경찰에 제공 포털사이트 책임 없어(종합)

표현의 자유 등 침해 아니야…영장 없는 요청에도 제공 가능

입력 : 2016-03-10 오후 4:41:27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사 중인 회원의 통신자료 등 개인 정보 제공을 영장이 아닌 서면으로 요청 받고 수사기관에 정보를 제공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0일 차모(36)씨가 회원에 대한 개인정보보호 의무를 위반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네이버 사업자인 NHN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원고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사업자(전기통신사업자)가 전기통신사업법 54조 3항 등에 따라 수사기관에 회원의 개인정보 등 통신자료를 제공한 것이 회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나 익명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지 여부다. 1심과 2심은 이 부분을 두고 판단이 갈렸으나 대법원은 부정했다. 

 

재판부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에 응해 통신자료를 제공한 것이 위법하다고 하기 위해서는, 전기통신사업자가 개별 사안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 그 제공 여부 등을 실질적으로 심사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돼야 하지만 관련법 상 일반적으로 전기통신사업자에게 그럴 의무는 없다"며 "오히려 전기통신사업자가 심사를 한다면 그 과정에서 혐의사실 누설이나 그 밖에 별도의 사생활 침해 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밝혔다. 

 

또 "통신비밀보호법이나 형사소송법과는 달리 전기통신사업법이 법관의 영장 없이 이용자의 인적사항에 관한 정보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의 서면요청만으로도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도록 하고 있는 이유는 수사상 신속과 다른 범죄의 예방 등을 위해 수사에 협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법 해당조항에 의해 회원정보자료 제공을 요청하고 전기통신사업자가 법규정에 따라 요건을 심사해 통신자료를 제공했다면 이로 인해 해당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나 익명표현의 자유 등이 위법하게 침해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그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이번 판결은 법원의 영장을 받지 않고 수사기관의 공문만으로 국민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후퇴시킨 것"이라고 논평했다. 또 "수사기관이 자료를 요청하면 사업자는 원칙적으로 이에 응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최근 국민사찰에 대한 공포를 야기하고 있는 테러방지법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라 심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차씨는 2010년 3월 네이버의 한 카페에 피겨국가대표 김연아 선수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수단 귀국 과정에서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이 어깨를 두드리자 피하는 듯한 장면을 편집한 이른바 ‘회피연아’사진을 올렸다가 유 전 장관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 

 

경찰은 구 전기통신사업법 53조를 근거로 차씨 등 관련자 2명에 대한 정보제공을 네이버에 요청했고 네이버는 차씨 등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경찰에 정보를 넘겼다. 경찰에서 수사를 받던 중 이 사실을 알게 된 차씨는 NHN을 상대로 2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이용약관에서 개인정보 보호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는 사유만으로는 피고에게 수사관서의 개인정보 제공요청에 대해 원고의 주장과 같은 실체적 심사의무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구 전기통신사업법상 일반적인 수사협조 의무만 있을 뿐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고, 영장을 제시받지 않고 회원의 개인정보를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피고도 알 수 있었다"며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수사 필요성이라는 공익목적 달성 등을 감안해 배상액은 50만원으로 제한했다.

 

박경신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앞에서 경찰에 개인정보를 무단제공한 네이버 상대로 낸 손배소송의 대법원 원고 패소 판결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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