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도 아닌데 정규직 전환? 이상한 '특고' 정책

적은 지원금 수용도 떨어뜨려…"근로자 인정만 해줘도 상당부분 해결"

입력 : 2016-03-13 오후 4:21:03
정부가 정규직전환지원금 지급대상을 보험설계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노동자)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비정규직으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특고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자체가 논리적으로도 모순될뿐더러, 대책의 효과성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고는 보험설계사와 학습지교사 등 이른바 ‘반 자영업자’를 의미한다. 사업체와 도급계약을 맺고 독립적인 업무를 보면서 매달 임금 형태의 수당을 받는다. 지난해 12월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특고노동자는 230만명(정부 추산 52만명) 정도다.
 
문제는 노동자로서 특고의 지위다. 특고는 고용주가 정한 근로시간·장소·업무에 종속되지 않지만 일반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임금을 주된 소득으로 삼는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하지 않아 기간제·파견법, 고용보험법, 최저임금법 등 노동관계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 특히 직종에 따라 노동조합을 만들어 사용자와 교섭도 가능하지만, 상당수는 도급계약이 해지돼 실업자가 돼도 제도적으로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정부도 특고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해오고 있다. 사용종속성을 기준으로 한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됨에도 도급계약을 맺는 행위, 계약 후 실질적으로 사용자에 종속되는 경우 등은 근로기준법을 통해서도 제재가 가능하지만 이에 대한 근로감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하면 지원금을 통한 특고의 정규직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급계약을 통한 기업의 비용절감 효과가 큰 데다, 지원금 액수도 인건비·노무비·사회보험료 등 직접고용 시 부담되는 비용에 크게 못 미쳐 수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규직전환지원금의 한도는 간접노무비 월 20만원에 임금상승분의 일부를 더해 월 60만원이다.
 
‘노동자 인정은 안 되지만 정규직 전환은 가능하다’는 정부의 이중적 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노동계 관계자는 “근로자로 인정도 안 해주면서 정규직으로 만들어주겠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고용관계가 없는 것을 고용관계가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겠다는 것인데, 말장난 같다. 특고를 근로자로 인정만 해줘도 상당부분 해결될 문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이기권(가운데) 고용노동부 장관이 10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통한 상생고용촉진 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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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