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심야 지하철 전동차 좌석에서 만취한 여성을 자신의 무릎위에 눕히고 팔과 어깨를 주무른 행위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상태의 여성을 추행한 준강제추행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만취상태의 여성을 추행한 혐의(준강제추행죄)로 기소된 최모(50)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비록 피고인이 다른 승객들이 지켜보고 있는 전동차 내에서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피해자를 도우려는 의도였다고 주장하더라도 처음보는 여성인 피해자의 어깨와 팔을 주무르고 피해자 의사에 반해 어깨를 잡아 머리를 자신의 무릎에 눕힌 행위는 객관적으로 볼 때 피해자를 돕기 위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히려 이런 행위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피고인의 행위는 준강제추행죄의 추행에 해당하고, 당시 종합적인 상황에 비춰볼 때 피고인에게는 추행의 고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와는 달리 피고인이 다른 승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같은 행위를 했다는 이유 등으로 준강제추행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무죄로 판결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최씨는 2012년 9월28일 자정 무렵 지하철1호선 노량진역에서 종로5가로 가는 전동차 안에서 A(20·여)씨가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 옆좌석에 앉아 손으로 어깨를 주무르다가 어깨와 머리를 받쳐 자신의 무릎에 눕힌 뒤 양팔을 주무르고 만지는 등 만취한 A씨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최씨가 A씨의 만취상태를 이용해 추행했다고 판단,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같이 있던 증인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누군가 도와줘야 할 정도로 A씨가 만취했었고, 최씨가 경찰에 연락해 A씨를 챙기게 해야겠다고 주변에 말한 점, A씨를 은밀하게 더듬은 것이 아니라 바로 앞과 옆 좌석에서 다른 승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주무른 점 등에 비춰보면 강제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