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20대 총선은 새누리당 ‘거물’ 정치인들이 이제는 ‘고물’ 정치인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던 오세훈 후보와 김문수 후보가 패했고, 이인제 최고위원과 이재오 의원, 황우여 의원과 정두언 의원의 얼굴을 20대 국회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오 후보는 지난 2011년 무상급식 파동으로 서울시장에서 물러난 이후 절치부심하며 명예회복을 위해 총력을 다했다. 종로 토박이인 박진 전 의원을 당내 경선에서 꺾고 공천장을 받았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남달랐다. 그러나 정세균 더민주 후보에게 발목이 잡혔다.
김 후보는 20여년간 수도권에 살다가 정치 재기를 위해 여당의 텃밭인 대구를 찾았다. 김부겸 더민주 후보가 선전하고 있었지만 대구는 다를 것이라 내심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안일한 기대가 결국 김 후보의 정치 생명까지 위협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오 후보와 김 후보의 낙선으로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군의 대폭적인 물갈이가 예상된다. 이후 대권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이들의 이름을 찾아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 생명까지 끝날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당분간 정치 재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 때문에 ‘차차기 후보’로 거론되던 남경필 경기지사나 원희룡 제주지사의 등판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적극 영입해 반전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낙선으로 정치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이 최고위원은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까지 출마했던 거물이지만 '중고 신인' 김종민 더민주 후보에게 덜미를 잡혀 7선 고지에 오르지 못했다. 그만큼 충격적인 패배다.
서울 은평을에서 5선을 한 이재오 의원의 패배도 충격적이다. 야당의 분열로 쉽게 6선 고지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강병원 더민주 후보에게 패했다. 이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 지나가는 취객에게 “그만 해 먹어라”는 막말을 들으며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20대 국회의장을 노리던 황우여 의원의 패배도 충격적이다. 공천 과정에서 텃밭인 인천 연수구를 버리고 인천 서을에 출마했지만 결국 정치 신인 신동근 더민주 후보에게 패했다.
정두언 의원의 패배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새누리당 내에서 그나마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서울 승리가 점쳐졌다. 그러나 공천 과정에서 발생한 ‘살생부’ 발언 논란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가 13일 오후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선거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