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삼성전자(005930)와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이 '청소기 특허'와 관련해 서로 맞선 1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이 조정으로 마무리됐다. 이로써 양쪽 회사 사이의 추가적인 관련 분쟁도 함께 마무리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재판장 이흥권)는 19일 열린 조정기일에서 삼성전자와 다이슨의 1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본소와 반소 모두를 조정으로 종결했다.
이날 조정에 따라 양측은 '다이슨이 영국법원에 낸 삼성전자의 청소기 모션싱크 관련 특허가 무효이며, 삼성전자가 이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합의했다. 또 다이슨이 소송 비용으로 합의한 돈을 삼성전자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양측은 다이슨이 30일 이내에 독일 실용신안 2건과 관련된 침해소송을 취하하고 향후 동일한 소송을 다시 제기하지 않기로 한 내용에도 합의했다. 아울러 다이슨이 유럽특허청에 유럽특허의 철회 통지를 하고 독일 실용신안 2건에 대한 포기절차도 이행하기로 했다.
법원 관계자는 "한국에서의 조정 기회를 통해 양쪽 회사 사이의 관련 분쟁을 전 세계적으로 일거에 종식시키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측의 브랜드 이미지와 영업 및 특허 전략 등을 고려해, 합의된 조정조항이나 기타 사항 등은 비밀에 부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앞서, 다이슨은 지난 2013년 8월 삼성전자의 모션싱크가 자사 제품의 디자인과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영국 특허법원에 특허침해금지 소송을 냈다. 이후 맥스 콘체 다이슨 대표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IFA에서 "삼성전자의 모션싱크가 다이슨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경쟁사의 제품을 베끼는 기업들 때문에 정당한 경쟁이 되지 않아 힘들다"고 비판했다.
제임스 다이슨 창업자도 "모션싱크는 한국 대기업인 삼성전자의 냉소적인 모조품으로 보인다"며 "여려명의 특허 전문 변호사를 거느리고 있는 삼성이 고의적으로 다이슨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이슨은 그해 11월 돌연 소를 취하하고 영국법원에 소송을 포기하는 내용의 자진중지 신청서를 냈다.
다이슨이 제기한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 핵심은 '조정기술'이다. 이 기술은 청소기 바퀴와 본체가 따로 움직이면서 넘어지지 않도록 한다. 삼성전자는 모션싱크가 장애인용 휠체어에서 착안해 자체 개발한 기술이라고 맞섰다.
업계에서는 다이슨의 조정기술이 이미 1990년대 일본에서 등록된 선행 기술인만큼 특허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다이슨도 이런 판단 아래 소를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법원이 신청서를 최종 처리하면서 양측 사이에 벌어진 특허분쟁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3개월여 후인 2014년 2월 특허분쟁은 100억원대 손해배상 맞소송으로 다시 시작됐다.
삼성전자가 다이슨을 상대로 "근거 없는 특허 침해 소송을 걸어 명예를 훼손하고 영업을 방해했다"며 1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다이슨도 "자사의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훼손당했다"며 10억원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하는 내용의 반소로 맞섰다.
한편, 다이슨은 문제의 특허와 관련해 독일에서 2건의 실용신안을 등록받은 후, 2014년 5월 독일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실용신안들에 기한 판매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독일법원은 지난해 1월 "삼성전자의 제품이 다이슨의 등록실용신안들의 청구범위에 기재된 구성을 포함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이에 다이슨이 항소하면서 항소심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