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 구조조정안에 예상밖 안도…향후 시나리오는

입력 : 2016-04-26 오후 5:24:14
[뉴스토마토 남궁민관·이보라기자] 금융위원회가 26일 부실기업 구조조정 방향을 발표한 가운데 조선·해운업계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당초 이번 발표를 앞두고 조선·해운업계를 중심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고조됐지만, 정작 이날 발표된 안들은 기존에 추진하고 있던 내용들과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철강, 석유화학, 건설, 조선, 해운 등 5개 경기민감업종 가운데 조선과 해운 2대 업종에 구조조정 노력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어 향후 기업 구조조정 계획으로 경기민감업종을 비롯해 산업별, 업체별 상황에 따라 3개 트랙으로 구조조정을 동시 추진한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금융위의 이같은 구조조정안이 지난해 12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내놓은 '5대 민감업종의 구조조정 및 경쟁력 강화 방안'과 거의 변화가 없다. 경기민감업종의 경우 정부는 큰 틀에서 방향성만 제시하고 그 안에서 각 기업들이 채권단과 개별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는 안을 비롯해, 각 기업들 스스로 선제적으로 자구안을 실행한다는 방안 등 정부의 개입은 여전히 최소화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또 세부 내용 역시 당초 예상됐던 정부의 인위적 인력 감축안이나 업체간 합병 또는 분리 안 등이 포함돼 있지 않아 사실상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해운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다시 한번 기업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기회를 벌었다는 평가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미 각 업체들은 선제적으로 자구안을 실천하고 있는만큼 이번에 금융위가 내놓은 구조조정 방향은 사실상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금까지 해왔던대로 자구계획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 역시 "이번 금융위 구조조정안 내용은 기존에 그렸던 밑그림 수준으로, 당초 예상과 달리 합병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빠져있다"며 내심 안도했다. 그러면서 "해운업계를 옥죄는 구조조정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게끔 힘을 복돋아주는 방향으로 정부가 움직여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만 향후 조선·해운업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우려했던 인위적 구조조정 시나리오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세계를 강타한 저유가 태풍과 중국 등 글로벌 경기침체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만큼 업계 내 불안감은 여전히 팽배하다.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국내 조선3사는 현재 수주 절벽으로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 유가하락과 해상물동량 감소 등으로 세계 선박 발주량이 줄면서 올해들어 이렇다할 수주를 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 후반기부터는 일감 감소로 인해 실적악화가 불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된 대우조선해양(042660)과 함께 대규모 손실을 초래한 현대중공업(009540)삼성중공업(010140)에 대한 통폐합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빅3는 지난해부터 단행해온 자회사 매각, 인력 감축, 조직 슬림화 등을 진행해왔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조선계열사 대표 공동담화문을 통해 휴일과 연장근무 등을 폐지하는 등 비상경영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사실상 정부 소유라 할 수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향방에 따라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삼성중공업이나 현대중공업에 통합시켜 빅2체제를 만들고 대우조선해양이 순수 상선 회사로 나는 방안이다. 또 빅3의 중복 또는 과잉 사업 부문을 한 곳으로 몰거나 별도 회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날 금융위 발표에서도 거론된 바와 같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일방적 통폐합은 무리가 있다. 정부는 채권은행을 통해 구조조정을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또 조선업 통폐합 전략에 대한 반대의견도 나온다. 지금의 위기는 해양플랜트로 인한 일시적인 것일 뿐 선박분야 경쟁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수준이기 때문에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회로 삼아야한다는 것이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불거지는 조선소 책임론과 무리한 통폐합 전략은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더욱 낮추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중소형 선박 시장 개척 ▲중소 조선소로 인력 재배치 ▲국내 해운업계와 상생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해운업계에서는 단연 양대선사의 합병론에 가장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현대상선(011200)한진해운(117930) 합병에 대해 정부는 "시기상조라며 적절치 않다"고 밝히고 있다. 현대상선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용선료 협상 ▲사채권자 채무조정 ▲자율협약 채권자 채무조정 등의 단계를 추진할 예정이며, 한진해운은 현대상선과 동일한 수준과 과정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입장과 다르게 상황은 여의치않다. 지난 25일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양사의 운명이 모두 채권단에 넘어갔고, 최근 중국 최대 해운사 코스코(Cosco)와 프랑스의 CMA-CGM, 대만 에버그린 등을 포함한 6개 선사가 '오션(Ocean)'동맹을 결성하면서 해운업계에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몸담은 'CKYHE'와 현대상선이 속한 'G6' 역시 새로운 동맹 등장으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양사 중 경쟁력 있는 동맹에 속한 쪽을 살려야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양사의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 조정 등의 자구안이 실패한다면 법정관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상선은 이미 두어달전부터 용선료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아직까지 결론이 나오지 않아 실제로는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도 나온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남궁민관·이보라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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