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현대중공업이 지난주부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총선이 끝나면서 불어 닥친 강력한 구조조정 한파 속에 세계 1위 조선업체의 수준 높은(?) 구조조정 과정을 업계 뿐 아니라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말이 ‘주목’이지 가슴 아픈 ‘구경’이다.
우선 현대중공업은 금융위원회의 기업 구조조정안 발표가 이뤄진 26일 조선관련 계열사 5개 대표 명의의 공동담화문을 내놨다. ‘도크가 비어간다’며 뼈를 깎는 노력에 임직원 모두 동참하자는 그럴싸 하지만 상투적인 내용이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분담이 아니라 ‘고통하달’이었다. 이는 급증한 임원들의 수가 대변한다. 현대중공업의 지난 2014년과 2015년 말 기준 임원 수 는 각각 206명, 196명이었지만 올해는 오히려 220명으로 대폭 늘었다. 영업조직을 본부로 통합하고, 세대교체를 위한 등용, 사업본부 대표체제로 재편하면서 임원이 늘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일단 접어두고, 조선업과 무관한 계열사들을 한 번 들여다보자.
물론 지난해에 조선업과 무관한 계열사인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씨앤에프 등은 매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현대중공업은 ‘육중한’ 몸집을 유지하고 있다. 호텔업(호텔현대), 프로축구단 흥행사업(현대중공업 스포츠), 금융 및 증권(하이투자증권, 하이자산운용, 현대기업금융, 현대선물)등이 대표적이다.
발표되는 계열사 인사 또한 미심쩍다. 현대중공업 임원들의 자리보전용이라는 곳곳의 지적들이 왜 설득력을 얻는지 반문하고 싶다.임원들은 연봉을 깎는 등 위기 상황에 동참했다고 하지만 늘어난 임원 숫자와 불필요해 보이는 계열사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게다가 노조를 통해 흘러나온 휴일 및 연장근로 폐지안과 3000명 감원설은 하나둘씩 현실화돼가면서, 임직원의 10%, 최대 3000명에 달할 것이라는 구조조정안만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소리 없는 칼부림에 그저 앉아서 목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부산, 광주, 광양, 울산..모두 조선업에 종사하던 직원들이 최근 생활고를 이유로 자살했던 곳이다.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이 어떤 문제에 대한 견해나 태도를 밝히기 위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글. 담화문의 사전적 정의다. 일반 직원들에 대한 공식적인 고통하달이 아닌 진정성 있는 고통분담을 할 마음이 있다면 그 방법을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한다. 오늘 발표된 담화문에서 회사 대표들이 임직원에 뼈를 깎는 노력을 주문했듯, 회사 소유주 및 대표들의 성의 있는 노력이 절실한 때다. 세계 1위 조선업체란 명성에 걸맞은 모범적인 위기극복 방안을 기대해 본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