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울산 본사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투쟁 출정식을 개최한 가운데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사측의 본인 동의 없는 구조조정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대중공업은 9일 수주급감에 따른 일감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달 실시한 임원 감축에 이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구조조정 규모가 전체 직원의 5~10% 가량인 최대 3000명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희망퇴직은 현대중공업 뿐 아니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힘스, 현대E&T 등 조선관련 5개 그룹에 해당된다. 희망퇴직 지원에 대해서는 최대 40개월치의 기본급과 자녀학자금이 지급된다.
현대중공업은 전체 부서 391개 중 22%인 86개 부서를 통폐합하는 조직 개편도 마무리지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주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도크가 빌 경우를 가정해 효율성 검토에 착수했다. 현대중공업은 이외에도 골프장 회원권 등 비핵심 자산 매각안 등을 담은 자체 자구안을 이주 내로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하나은행의 함영주 은행장이 권오갑 현대중공업을 직접 만나 자구계획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 외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주채권은행을 통해 자체계획을 받고 이행여부를 점검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조만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구조조정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 3사는 지난해 이미 자체 구조조정안을 밝히고 진행해왔지만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이 거세지자 또 다른 방안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조선3사 중에서도 현대중공업이 선봉장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현대중공업은 상반기 임원인사를 통해 전체 임원의 25% 를 감축한다고 밝혔다. 평소 6~7월에 임원인사가 있었던 것과 달리 임원인사를 2~3개월 앞당겨 실시한 것. 신규임원 선임도 없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우선 이달 말까지 예정된 스트레스 테스트(재무안전성 평가) 이후 구조조정 방안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감축안과 서울 중구 다동 사옥 및 마곡 부지 매각안 등이 담길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 역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조만간 자체 구조조정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구조조정 드라이브에 업체들은 속앓이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진짜 문제가 있는 것은 대우조선해양인데, 정부 지원금 하나도 받지 않은 다른 기업들이 부실기업의 누명을 쓰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한편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1조5000여억원 규모의 보유주식을 매각했다. 자사주 매각과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으로 약 2조1000억원의 자본을 확충했고 1500여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삼성중공업은 사외기숙사와 수원사업장, 당진공장 등을 매각했다. 지금까지 15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한 바 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