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200억원 모금 요구” vs “원가절감 방안 논의”…진실공방

협력사 “부당한 자금 요구…공정위 제소할 것”

입력 : 2016-05-11 오후 3:33:04
[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삼성이 협력사들에게 약 200억원의 자금을 모아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불응했더니 주문 물량을 줄였고, 끝내 협성회에서 퇴출됐다.”
 
“원가절감 방안을 논의했을 뿐, 자금 모금 요구는 없었다.”
 
삼성전자(005930)와 협력사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10일 삼성전자의 협력사 모임 협성회 회원사인 태정산업이 삼성전자가 협력사를 대상으로 200억원의 자금 모금을 요구했다고 주장하자, 삼성전자는 원가절감 방안을 논의했을 뿐이라며 자금 요구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번 공방의 발단은 2014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광주 한 음식점에서 협성회 모임이 소집됐다. 이 자리에서 협성회 김모 부회장은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구매팀에서  경영 사정이 어려우니 협력사들이 200억원을 모금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삼성 생활가전의 도약을 위해 협력사의 용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각 사별로 협조할 금액은 올해 연말까지이며, 내년부터는 원상복구한다”고 공지했다. 
 
협성회 부회장이 보낸 문자들을 보면 ‘200억원’이란 단어는 없다. 이에 대해 정진욱 태정산업 중국무석법인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200억원이라는 규모는 협성회 부회장이 회원사들에게 구두로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법정관리중이었던 태정산업은 자금 모금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2015년 태정산업은 협성회에서 퇴출됐으며 중국 공장의 삼성전자 물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정 대표는 “2014년에 흑자를 내며 법정관리 졸업을 위해 임직원들이 애썼지만 2015년 삼성전자가 물량을 줄여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태정산업의 중국 두 개 법인을 매각할 것을 제안했고, 매출이 급감한 태정산업은 광주 사업장까지 총 세 곳의 사업장을 매각하기로 하고 삼성전자와 인수자 찾기에 나섰다. 불협화음은 매각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매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자 태정산업은 삼성전자에 인수협상 당사자로서 책임있는 자세로 임하라고 요구했고, 삼성전자는 중개역할을 할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태정산업은 조만간 삼성전자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삼성전자의 모금 강요 행위는 하도급법 위반”이라며 “시민단체와 협력해 삼성전자를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제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정산업 측은 이날 변호사 자문을 구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해 공정위 제소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현재 태정산업 직원은 400여명이며, 광주와 중국 등 총 세 곳의 공장은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원가절감 방안을 논의했을 뿐 납품단가 인하 요구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원가경쟁력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협력사들과 원가절감 방안을 논의한 것 뿐”이라며 “회사 인수자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적절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협성회 기준에 따르면 협력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회원사로서의 자격을 잃게 된다”며 “법정관리에 들어간 태정산업은 2015년 자연히 회원으로 추천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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