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서울 시내 준공 20년 이상 오래된 빌딩의 수익률이 10년 미만 신축 빌딩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에 둥지를 틀었던 대형IT기업들이 서울 외곽지역으로 이전을 하면서 신축 빌딩의 공실률이 높아진 데다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렌트프리(rent free)를 제공하는 곳이 늘면서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이 낮아진 것이다.
23일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 기준 연면적 3만3000㎡, 지상 21층 이상의 프라임급 빌딩의 경우 준공 20년이 지난 빌딩의 수익률은 1.47%, 공실률은 9.3%로 집계됐다.
반면 10년 이하 신축빌딩의 경우 공실률은 13.0%로 준공 20년 빌딩에 비해 3.7%p 높았고 수익률은 1.17%로 0.3%p 낮았다. 임대료는 10년 미만 신축빌딩(3.3㎡당 3만원)이 20년 이상 빌딩(2만5200원)에 비해 약 20%정도 높았다.
같은 기간 서울 시내 프라임급 빌딩의 평균 공실률이 11.1%, 수익률이 1.24%인 점을 감안하면 신축빌딩의 경우 평균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1분기 전국 빌딩 거래면적은 지난해 4분기의 34% 수준으로 급락했으며, 프라임급 빌딩 거래는 한 건도 없었다. 전국 빌딩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20년 이상 오래된 빌딩의 경우 접근성과 입지가 유리한 역세권 주변에 위치해 있고 신축빌딩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신축빌딩은 높은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노후빌딩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고 임차인이 감소하는 등의 이유로 수익률이 낮아지는 추세다.
여기에는 강남, 역삼, 선릉 지역에 위치해 있던 IT기업들이 판교나 분당 지역으로 이주를 하면서 신축빌딩의 공실률이 높아지고 경기 침체 여파로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진 탓도 있다.
신축빌딩들이 임차인 유치를 위해 일정 기간을 공짜로 임대해주는 '렌트프리(rent free)'를 적용하면서 투자수익률이 낮아지는 악순환도 반복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최근 조선, 해운 등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정부의 구조조정 작업이 급물살을 타면서 앞으로 대형 빌딩 매물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조선, 해운에 이어 건설, 석유화학 등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업종들도 선제적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빌딩 등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될 경우 신축빌딩의 수익률은 당분간 하향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 주요 권역별로는 종로·중구(1.44%), 영등포구(1.42%), 강남·서초구(0.94%) 순으로 빌딩의 투자수익률이 높았으며, 공실률은 영등포구가 14.9%로 가장 높았다. 3.3㎡당 평균 임대료는 종로·중구 3만1700원, 강남·서초구 2만6700원, 영등포구 2만3800원 순으로 높았다.
임대료가 비싼 신축빌딩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은 20년 이상 노후빌딩의 수익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일대 오피스 빌딩 외벽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는 모습. 사진/뉴스1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