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노정 간 갈등이 법적 다툼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노동조합 등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소속 3개 기관의 노동조합이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한 각 기관을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다른 7개 공공기관 노조도 공공기관 워크숍이 예정된 오는 14일 단체로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이들은 성과연봉제 도입이 명백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 만큼,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은 취업규칙 변경 시 동의 절차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공공연맹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충족될 경우 노조의 동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도 가능하다고 주장하는데 지침은 어디까지나 지침일 뿐 법적 효력이 없다”며 “정부의 주장이 옳다고 해도 사측이 노측과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에 충족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성과연봉제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시스템을 먼저 만들자는 것”이라며 “무조건 성과연봉제부터 도입해야 한다며 논의를 거부하는 건 노동계가 아니라 정부와 공공기관”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퇴출제를 둘러싼 갈등도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정부는 성과연봉제에 상대평가, 퇴출제에 절대평가를 적용하는 만큼 두 제도가 연계될 우려는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절대평가 결과 퇴출 대상자가 없다면 아무도 퇴출되지 않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신규채용 확대를 위한 재원도 확보되지 않는다”며 “결국 성과연봉제의 상대평가를 통해 하위그룹을 강제 퇴출하는 식의 ‘퇴출 할당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노총 공공노련·공공연맹·금융노조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 등 5개 산별노조로 이뤄진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법률대응팀을 발족해 각 공공기관 노조의 소송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 대상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마무리한 114개 공공기관(공기업 30곳, 준정부기관 84곳) 중 의사회 의결만으로 도입을 결정한 51개 기관(44.7%)이 될 것으로 보인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노총·한국노총 공공·금융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 선포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상수(가운데)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