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산 배터리 발목…중국산은 ‘활보’

국내 주력 삼원계 안전성 부각…중국 업체들은 삼원계 개발 매진

입력 : 2016-06-13 오후 4:23:09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국산 배터리가 중국 정책 변수에 발목을 잡힌 사이 중국산이 약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국내 업계가 주력해온 삼원계 양극재(NCM·NCA) 배터리의 안전성을 문제 삼았지만, 물밑에선 중국 업체들도 개발에 한창이라 자국 기업을 위한 ‘시간벌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홍콩에서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한 버스의 폭발사고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주력해온 중국 업체들은 기회를 잡았다. 다수의 승객 안전이 걸려 있는 버스에는 삼원계 배터리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중국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올 들어 중국내 삼원계 배터리 버스에는 보조금 지급이 중단됐다. 삼원계 배터리를 생산해온 LG화학(051910), 삼성SDI(006400), SK이노베이션(096770) 등은 직격탄을 맞았다.
 
이를 틈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활보하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의 ‘간판’ BYD는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버스의 판매 호조가 부각된다. 전기버스 출시 후 누적 판매량이 지난 4월 초 1만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중국내 전체 전기버스 판매량이 4만7000대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량이다. BYD는 연초에 이미 6000대에 달하는 신규 물량도 확보했다. 전기버스와 배터리 생산라인의 증설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전기차 판매 1위에 오른 BYD는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도 올 1분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16% 폭증(SNE리서치 조사)하며 세계 2위에 올랐다. 반면 국내 업계는 삼성SDI가 마이너스 성장률(-1.7%)을 보이는 등 부진의 연속이다. 국내 업계는 중국 전기버스 물량을 대체할 신규 수요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중국 정부가 안전성을 지적한 삼원계 배터리는 중국 업체들도 개발하고 있다. LFP 배터리를 고수해온 BYD도 신형 전기차 ‘탕’에는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수용인 탕은 자국 수요만으로 누적 판매량이 3만대를 넘었다. 이를 바탕으로 BYD는 삼원계 배터리 영역도 넓혀 나갈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삼원계 배터리는 LFP보다 고용량화가 용이해 고등 기술로 평가받는다. 주행거리가 화두인 전기차 시장에서 삼원계 배터리가 주류로 각광받는 이유다. 중국 업체들도 삼원계 배터리로 전향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세계시장의 흐름을 잘 아는 중국 정부도 그동안 삼원계 배터리의 연구개발(R&D)을 적극 지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번 조치는 보호정책 성향이 다분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외교통상 마찰로 문제가 불거질까 불만을 표하기도 어럽다. 국내 한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보조금 중단은 잠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삼원계 배터리 안전성 기준에 미달하는 업체들을 걸러내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인다. 새로운 규제 강화 기준이 포함된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발표해 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편들기는 점점 더 노골적이다. 지난 4월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지급대상 기준을 정했는데, 이 또한 LFP 배터리에 무게를 뒀다. 현지 생산라인을 확보하고 연구개발 인력을 기준인원 이상 운영하는 등의 조건으로 새로 보조금 대상에 등록해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지 배터리 셀 생산라인이 없는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직접적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지 모듈·배터리팩 공장이 조인트벤처 형태로 진출해 있어, 문제가 생길 경우 현지 파트너와 협력해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사진/LG화학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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