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외국인학교를 불법으로 운영하면서 교비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이사장과 회계 책임자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강지식)는 서울 용산구에 있는 C외국인학교의 실제 운영자 박모(57)씨와 그의 부인 김모(58·여)씨를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2년 3월부터 정규 C외국인학교를 위탁 운영하고, 2013년 7월부터 이 학교 시설에 형식적으로 교회를 설립한 후 그 산하에 미인가 C국제학교를 운영하면서 교비 약 28억원을 횡령한 혐의다.
이들은 교비를 개인 통장으로도 받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계좌를 관리했으며, 각 계좌에서 찾은 돈으로 박씨의 채무 약 10억원을 갚거나 박씨가 별도로 소유한 사업체 운영, 김씨 명의의 부동산 매입 등에 사용했다.
박씨는 인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C국제학교 등 명칭을 사용하면서 C외국인학교와 같은 시설에서 입학 자격이 없는 학생에게 외국인학교 정규 교과 과정을 교육하는 등 초·중등교육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1999년 10월15일 미국 국적의 송모씨가 설립한 C외국인학교는 용지를 매입하는 등 조건으로 박씨가 인수하려 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아 위탁 형식으로 운영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박씨는 송씨로부터 학교 운영을 위탁받은 후 학생 수가 정원에 미달하는 등 학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입학 자격이 없는 학생 약 130명을 모집해 정규 외국인학교 학생 약 80명과 함께 교육을 받게 했다.
박씨는 이 과정에서 '정규 외국인학교 내국인 특별전형'으로 내국인도 외국인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방법으로 내국인 학생을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방식으로 입학 자격이 없는 학생이 증가하자 오히려 입학 자격이 있는 학생은 2013년 81명, 2014년 29명, 2015년 19명 등으로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당국의 관리·감독을 회피하기 위해 C외국인학교에 형식적으로 평생교육시설, 사설학원을 설치하고, 교육청 점검 때에는 마치 무자격 학생이 이 시설들의 소속인 것처럼 꾸몄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2013년 6월 평생교육시설을 폐쇄한 후 불법 운영에 대한 시정 지시를 내리고, 그해 7월 사설학원 등록을 말소시키자 박씨는 설립 인가 없이 C국제학교 등의 명칭을 사용하면서 외국인학교를 운영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와 같은 지속적인 불법 행위에 대해 2013년 12월 학생 모집 정지 처분을 내렸고, 결국 외국인학교로는 처음으로 올해 3월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학년도가 종료되는 이달 30일 학교를 폐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박씨는 "학교 폐쇄는 정규 학교인 C외국인학교에 대한 명령이므로 교회 산하 C국제학교 등은 계속 운영하겠다"며, 계속해서 신입생을 모집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이밖에도 2013년 8월 송씨와의 위탁 계약이 해지된 후 그 무렵부터 2014년 8월까지 송씨 명의로 외국인 교사의 신원보증서 등을 위조한 후 행사하는 등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혐의도 적용됐다.
C외국인학교의 연간 수업료는 약 2000~2800만원이며, 정원 350명에 연평균 약 180명이 입학해 유치원과 초등 과정 5년, 중등 과정 3년, 고등 과정 4년 등 총 13년의 과정으로 교육을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유학의 대안과 준비 과정으로 외국인학교 교육 과정이 선호되는 상황에서 외국인학교가 돈벌이 수단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그 과정에서 교비 횡령 등도 발생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월7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D외국인학교 입학처장이자 이 학교를 설립한 홍콩 비영리법인 B사 이사인 이모(48·여)씨를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사립학교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B사 이사이자 이씨의 남편인 금모(50)씨, B사 한국 내 분사무소 C사 이사인 싱가포르인 Y(45)씨도 이씨와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며, B사 이사이자 C사 대표인 스위스인 G(55)씨는 입국 거부 등 사유로 기소 중지됐다.
이들은 2010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B사가 대출받은 학교 건물 공사비 100억원 중 약 72억원을 수업료로 상환하고, 교비에서 B사의 운영 자금 약 2억5000만원을 홍콩으로 송금하는 등 총 75억원을 유용한 혐의다.
또 2010년 서울 서초구청이 D외국인학교에 지원한 공영주차장 건축 지원금 중 약 1억6000만원을 지정된 용도가 아닌 학교 설립 운영 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