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국내 산업계는 브렉시트 충격에 주말 내내 대책 마련으로 분주했다. 영국의 EU 탈퇴 절차에 2년이 걸려 단기적인 타격은 미미하겠지만, 장기적으로 거시경제의 악영향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각 기업들은 유럽 현지법인 등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수출전략의 재검토에 착수했다.
26일 코트라 및 산업계에 따르면 전자업계는 환율 불안, 거래선 경기 위축 등에 따른 사업 여건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유로화나 파운드화 약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 영국 소재 고객에 대한 거래조건 변경으로 부대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소규모 혹은 신용도 낮은 영국 소재 거래선은 도산 위험이 있어, 사업환경 변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폰이나 전자기기 부품 등은 FTA와 관계 없이 영국으로 무관세 수입돼 왔기 때문에 이번 이슈 영향은 적을 전망이다.
자동차업계는 최근 성장세를 보이던 유럽 자동차 시장 수요가 꺾일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브렉시트로 인한 대출이자 상승, 주택가격 하락, 고급인력 유입감소에 따른 영국 내 소비심리 위축이 제품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파운드화 약세에 따른 손실과 영국의 구매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며 “브렉시트에 대한 각 국의 대응에 따라 돌발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및 섬유업계 등은 우리정부가 영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에 실패할 경우 일부 수출품목의 FTA 관세효과가 사라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진행되는 2년 동안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도록 영국과의 새로운 협상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유가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제유가는 최근 미국 원유채굴장비 가동건수 감소 소식에도 브렉시트 소식에 일제히 하락했다. 유가가 급락하면 정유업계는 원유 재고손실이 발생한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업계는 EU 국가들이 영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또는 계획 중인데, 브렉시트로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염려했다.
브렉시트 현실화 우려로 약세를 보이는 유로화는 산업계 공통적으로 대유럽 수출에 부정적이다. 다만, 국내 수출산업과 경합도가 높은 일본이 엔고현상을 보여 유리한 측면도 있다. 전반적으로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EU 추가 탈퇴 움직임, 각 국의 보호무역 강화 조치 등이 뒤따를 것에 대한 경계도 짙다. 노무라증권은 브렉시트 전염효과로 아시아 성장률이 5.9%에서 5.6%로 하향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계는 거시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무역협회는 “정부는 영국과의 새로운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서두르고, 대EU 및 대영국 수출전략을 비롯한 경제협력 전략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브렉시트 여파로 국내 수출산업의 타격이 우려된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영국 런던에서 개최한 갤럭시S7 출시행사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