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증권사 직원이니까 ISA에 가입했지, 일반인 입장이었다면 가입하지 않았을 겁니다. 5년간 계좌를 유지해야되고 중도인출도 안되는데 200만원 한도 내에서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면 차라리 해외 비과세 펀드가 더 유리하니까요. 금융당국이 ISA를 활성화 시키려면 가입대상과 혜택을 늘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재테크 상품으로서의 매력은 낮습니다.”
얼마 전 증권사 직원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해 대화하다가 나온 말이다.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추진한 ISA가 일반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ISA가 출시되기 직전만 해도 일반 국민들을 위한 ‘만능 재테크 상품’으로 알려졌고, 이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컸다. 그러나 ISA 상품이 출시된 후 4개월이 지난 지금 초기의 열광적인 반응은 온데간데없고 냉랭한 기운이 남았다.
많은 이유들이 거론되지만 일단 금융당국이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는 비판들이 많다.
즉, ‘총선 전’이라는 특정 시점을 맞추기 위해 ISA를 급하게 추진했고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총선이라는 큰 이벤트를 앞두고 정부와 금융당국에서 이 정책을 금융개혁의 한 방안으로 홍보하기 위해 무리하게 출시 시점을 3월로 앞당겼다”면서 “금융소비자들에게 좋은 재테크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도보다는 정책효과를 알리기 위한 일종의 관치금융이 자행된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ISA를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현실적인 여건들이 검토되고 여러 사안들이 조율된 후 일정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특정한 시점이 하달되고 나서 그걸 맞추기 위해 부랴부랴 준비에 나서는게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일정을 맞추려다 보니 온라인 교육 등 이른바 ‘속성’으로 인력을 양성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렇다보니 정작 ISA가 시행된 직후 직원들이 고객들의 질문에 제대로 응대를 하지 못하는 사례도 보였다. ISA 상품은 출시됐으니 누군가는 고객응대를 해야 하는데, 단기속성으로 급하게 준비하다보니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하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ISA 계좌이동제 시행도 마찬가지다. 7월1일 시행한다고 했는데 어느 샌가 슬그머니 7월 중순으로 연기됐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15일에 시행된다는 말이 돌더니 그 날도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각 증권사, 은행의 전산 시스템 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현장의 목소리는 어떤지 등에 대해 충분히 고려를 하고 일정을 계획해야 하는데 당국이 원하는 시기에 맞추도록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익률 공개의 경우에도 출시 후 3개월이면 매우 짧은 시간인데 당국에서 밀어붙이면서 일부 증권사는 수익률이 낮다는 낙인을 찍히게 됐다”고 말했다.
제도에 대한 혼선과 혼란은 곧 금융당국의 신뢰와 직결된다. 지금이라도 성과주의에서 벗어나 보다 본질을 고려한 정책과 방안이 나오기를 바란다.
김재홍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