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법인세 인상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20대 국회 주도권을 쥔 야당은 '부자감세'의 원상회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유승민 등 여당 내 일부 의원들도 법인세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어 현실화될 가능성은 커졌다. 재계는 강력 반발하는 기류다. 대내외 경기 침체가 장기화된 가운데, 브렉시트와 사드 배치 등 불확실성도 커졌다는 논리다. 이런 상황에서 법인세를 올릴 경우 기업들의 부담이 커져 투자와 고용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주장의 골자다.
한국기업공헌평가원이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20대 기업집단의 법인세(상장 계열사 및 외감법인)는 13조2817억원으로 전년(10조7338조원) 대비 2조5478억원(23.7%) 늘었다. 현대차, SK, 한국전력, LG, 롯데 등 11곳이 세금이 늘었고, 삼성과 홈플러스, GS, 한화 등 9곳이 세금이 줄었다.
기업별로 보면, 한국전력이 무려 370.3%(7146억원) 늘어난 9076억원의 세금을 부담했다. 강남 마지막 노른자위로 불리던 삼성동 부지를 현대차그룹에 10조5500억원에 판 것을 비롯해 발전공급량이 늘면서 수익성도 개선된 데 따른 결과다. 정유부문이 대규모 흑자로 돌아서고, 반도체와 이동통신 사업에서 큰 이익을 거둔 SK가 270.6%(1조2904억원) 세 부담이 늘면서 한전 뒤를 이었다. 반면 삼성은 20대 기업집단 중 가장 많은 4조759억원의 세금을 냈지만, 중공업과 건설을 중심으로 한 실적 부진으로 전년 대비 14.8%(7103억원) 줄었다. 주력인 조선업의 극심한 침체에 빠진 현대중공업은 20대 기업집단 중 가장 높은 -183.6%(1064억원)의 감소폭을 보였다.
재계는 이처럼 법인세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인상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대기업 고용창출투자세액 기본공제 폐지,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 인하 등 정부가 비과세·감면을 줄여 실효세율이 늘어난 터라 야당의 부자감세 주장도 맞지 않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뜯어보면 법인세가 늘어난 것은 실적 개선 및 투자 감소 등에 따른 효과가 크다. 유가증권시장 결산법인의 세전순이익은 2014년 말 53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63조3000억원으로 18.7% 올랐다. 그럼에도 명목 법인세율은 MB정부 들어 25%에서 22%로 낮아졌고, 이는 현 정부 들어서도 유지되고 있다. 25%의 법인세율을 적용할 경우 지난해 20대 기업집단의 법인세는 단순 계산으로만 1조8111억원 더 걷어야 했다. 재계가 주장하는 실효세율 역시 과거에 못 미친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실효세율은 2010년 13.79%에서 2014년 15.05%까지 올랐으나, 2008년 17.88%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특히 담뱃세와 각종 공과금 등 서민들의 세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들의 세제만 역행하는 것은 재벌에 대한 특혜라는 야당의 주장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실제 올 5월까지 세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조원 늘었다. 이중 법인세는 5조5000억원이다. 또 법인세 인상은 MB 정부 이전으로의 복원이지, 실질적 인상은 아니라는 점도 야당의 논리 중 하나다. 이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세표준 500억원 이상의 대기업 법인세를 25%로 올리자고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 의원은 500억원 초과구간에 해당하는 기업이 전체 기업의 0.14%에 해당하는 417개에 불과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에는 타격이 없다며, 개정법 시행으로 연 3조원의 추가 세수가 걷힐 것으로 추산했다.
같은 당의 정성호 의원은 실효세율을 높이기 위해 최저한세율을 상향 조정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내놨다. 정 의원은 국세청 자료를 인용해 2014년 매출액 기준 100대 기업 중 10대 기업의 법인세가 49%인 반면 감면액은 82%를 차지하고, 상위 100대 기업의 실효세율은 16.8%인데 반해 10대 기업의 실효세율은 14.1%로 조세 형평성 문제를 꼬집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에 대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 세 부담 증가는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최저한세제도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시행하지 않는 제도이며, 국내 최고세율 대비 최저한세율은 77.3%로 시행 국가(미국 51.3%, 캐나다 51.7%, 대만 40.0%, 멕시코 58.9%) 중 최고 수준이다. 또 최저한세율과 최고세율의 차이가 적어 고용창출, 투자증대 등 조세를 통한 정책 기능의 실효성 상실 우려가 있고, 2010년 이후 이미 두 차례 최저한세율이 인상돼 추가인상은 제도 안정성을 저해한다는 주장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