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벗삼아 소신 지켜가라"…박 대통령, 우병우 의혹 모르쇠

"대통령만 나라 지키나"…70년대식 총력안보론 펴기도

입력 : 2016-07-21 오후 4:49:44
[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북한의 위협을 일일이 열거하며 온 국민이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한다는 1970년대식 총력안보·총화단결론을 폈다. 아울러 각료들과 안보 책임자들에게 소신을 지켜가라고 주문했다.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에 대한 반대 여론은 안보위기론으로 돌파하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많은 의혹에는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것은 대통령과 정부만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모든 정치권과 국민들께서 나라를 지키고 우리 가정과 아이들을 지켜내기 위해서 힘을 모아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에 대해서 우리가 분열하고, 사회 혼란이 가중된다면 그것이 바로 북한이 원하는 장으로 가는 것”이라며 “모든 문제에 불순세력들이 가담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계획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 외에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우리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부디 제시해 주셨으면 한다”며 사드 반대론자들을 몰아세우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국가를 동일시하는 듯한 인식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요즘 저도 무수한 비난과 저항을 받고 있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진다”며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군 최고책임자의 역할을 다해 나갈 것이고, 앞으로도 국민들을 지켜내기 위해 해야 할 것은 최선을 다해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발언 후반부에 '소신'을 역설함으로써 우병우 수석을 옹호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박 대통령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비난에도 굴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라며 “비난이 무섭다고 피해가지 말고,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가지 마시고,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 가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 수석에 대한 각종 의혹이 연일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박 대통령의 '모르쇠' 태도는 여론을 더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우 수석에 대해서는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과의 관계 뿐 아니라 아들 병역 특혜 문제와 재산 신고 누락 등 새로운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비박계는 물론 친박계 의원들까지 우 수석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우택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민정수석 자리에서 스스로 결백을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개인적으로 억울하다 하더라도 본인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서는 스스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이재경 더민주 대변인은 “국정 운영의 난맥상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언급 한마디조차 하지 않고 문제가 되고 있는 측근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으니 민심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인식에 말문이 막힌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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