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기자] 금융당국이 증권 업계의 성장동력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확충을 위해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을 내놓았다. 특히 자기자본이 8조원이 넘는 곳은 종합투자계좌(IMA)를 통한 자금조달이 가능해진다. 일각에서는 이번 방안으로 향후 증권사 간 인수합병(M&A) 등 자본확충 가능성을 점쳤다.
금융위원회는 2일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일단 금융당국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자기자본 8조원 이상 등 3단계로 구분해 신규업무 범위를 설정해 단계적으로 자기자본 확충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를 도입한 이후 국내 증권산업은 여전히 중개업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혁신기업에 적극적으로 모험자본을 공급하기에는 여러 측면에서 경쟁력이 부족하다”면서 “현재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자기자본 수준 및 확충 가능성 등을 감안해 자기자본 10조원 전 중간단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이 2일 대형 IB 육성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자기자본 3조원이 넘는 증권사는 기존에 허용된 프라임브로커 업무와 기업신용공여(일반 신용공여와 합산해 자기자본 100% 한도)가 가능하다. 또한 새로운 건전성 규제체계가 적용된다.
만약 자기자본이 4조원 이상이면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기업환전 등 일반 외국환 업무도 가능해진다. 만약 8조원을 넘어서면 고객으로부터 예탁받은 금전을 통합해 운용하고 그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IMA가 허용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이번 방안이 시행된다고 해서 글로벌 수준의 대형 IB가 바로 탄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금융당국이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형 IB를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이번 방안을 마련한 이유로는 국내 상위권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규모가 글로벌 증권사에 비해 매우 작고, 해외 네트워크 및 글로벌 업무경험 부족 등으로 경쟁력이 낮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자기자본 규모 순위는 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대우(6조7000억원), NH투자증권(4조5000억원), KB투자증권+현대증권(3조8000억원), 삼성증권 3조4000억원, 한국투자증권(3조2000억원) 순이다. 일본 노무라증권(28조1000억원), 중국 중신증권(25조6000억원), 말레이시아 CIMB(11조7000억원) 등 아시아 주요 증권사에 비해 규모가 현저하게 작다.
자료/금융위원회
한편, 이번 방안으로 인해 자기자본 규모가 3조원대인 증권사들이 M&A에 나서거나 자본확충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효섭 박사는 “자기자본 3조원과 4조원 단계 간 가장 큰 차이는 발행어음의 허용 여부”라면서 “각 증권사 마다 입장은 다르겠지만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조달에 비중을 둘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하이투자증권(7000억원)의 몸값이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기자본 3조원대 증권사들은 하이투자증권 인수 시 4조원을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B투자증권을 제외한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인수합병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이미 현대증권을 인수한 KB는 증자를 추진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자기자본 4조원까지 금액차이가 2000억원이기 때문에 그런 예상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아직 확정된 입장은 없다”고 대답했다. 한국투자증권 측도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내부검토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하반기 중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을 통해 발행어음, IMA 도입 및 건전성 규제 개편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증권사들의 2016년말 기준 자기자본 규모가 내년 3월 확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방안은 내년 2분기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