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중독된 대한민국, 감기 항생제 처방 반으로 줄인다

하루 1000명당 31.7명 처방…내성률 선진국 대비 월등히 높아

입력 : 2016-08-11 오후 2:33:01
[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정부가 항생제 적정성 평가를 강화한다. 또 내성균 확산을 막기 위해 의료기관 시설기준을 개선하고, 사람·동물·환경 분야 통합감시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5년간 항생제 사용률을 20%,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을 50% 각각 낮춘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15~2020)’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항생제는 세균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물이다. 하지만 항생제를 사용하면 일부 세균에서 유전자 변이가 발생해 해당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 내성을 가진 세균이 증식하면 항생제의 효과가 사라지며 내성균의 종류가 늘어날수록 치료 가능한 항생제는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내성균 발생 및 유행은 치료법이 없는 신종 감염병 이상의 파급력을 가진다.
 
그럼에도 우리나라(2014년 기준)에서는 하루 동안 인구 1000명당 31.7명이 항생제 처방을 받고 있다. 이는 우리와 산출기준이 유사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2개국 평균(23.7명)보다 높은 수준이다. 감기를 비롯한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도 2002년 73.3%에서 지난해 44.0%로 감소했으나 최근 4년간 정체 상태다. 이로 인해 2014년 우리나라 종합병원의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 비율(36.5%)은 독일(9.1%), 프랑스(0.5%) 등과 비교해 월등히 높다.
 
이에 복지부는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에 따른 외래관리료(건당 1210~2720원) 가감률을 1%(12.1~27.2원)에서 3%(36.3~81.6원)로 상향하고, 약품비용지표(약품비 고가도지표) 감산 대상을 확대해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일 계획이다. 더불어 광범위 항생제 처방률 평가 대상 항생제를 늘리고, 수술 예방적 항생제 적정성 평가 대상에 내년 중으로 2개 수술을 추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항생제 사용지침을 개발·확산하고, 감염 전문인력을 확충한다. 내년 2분기에는 항생제 관리활동과 신속진단검사에 대한 수가 보상체계도 마련한다.
 
아울러 복지부는 사람 간 접촉을 통한 내성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기관 다인병실을 개편하고 격리병실 설치를 의무화한다. 또 감염관리 효과가 우수한 의료기기·용품 사용을 활성화하고, 의료기구 세척·소독·멸균 및 세탁물 관리를 강화한다. 특히 내성균 정보공유 및 선별검사를 제도화해 의료기관 간 환자의 내성균 정보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와 협업해 수의사 처방 대상 항생제를 확대하고, 처방 대상 항생제에 대한 판매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 내년 동물용 의약품 중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 항생제(8제제), 폴리펩타이드계 항생제(7제제)를 재평가하고, 장기적으로는 항생제 사용지침을 개발·보급해 신중한 항생제 사용을 유도할 계획이다. 또 사람·동물·환경 간 내성균 전파 경로를 파악하고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통합감시체계를 구축한다.
 
이 밖에 감염병관리위원회 산하에 항생제 내성 전문위원회를 추가 설치하고, 전략적 연구개발(R&D) 투자(내년 30억원)를 강화해 새로운 항생제와 백신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국민을 대상으로 한 항생제 의식개선 캠페인을 진행하고, 내년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선도그룹 의장국으로서 행생제 내성 행동계획에 참여하는 등 국제협력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룸에서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16~2020)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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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