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트렌스미션의 핵심인 변속기 단수 높이기 경쟁을 펼치고 있다. 주행 성능과 연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단 변속기 기술이 첨단 기술력을 상징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는 효과가 탁월하다는 점 때문에 업체간 선점 경쟁은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혼다가 개발한 NSX 9단 DCT 변속기 이미지. 혼다는 최근 트리플 11단 자동 변속기 특허를 출원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혼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는 8단 자동변속기를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번째 모델인 EQ900에 장착했다.
기아차(000270)도 8단 자동변속기를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모하비와 K9, K7 등에 탑재하고 있다. 특히 ‘올 뉴 K7’은 국산 최초로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 모델로 연비 향상과 함께 프리미엄 세단으로서 부드러운 주행성능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아차의 ‘전륜 8단 자동변속기’는 총 3년 2개월의 연구 기간을 거쳐 해외에서 76건, 국내에서 67건 등 총 143건의 특허 출원 끝에 완성된 최첨단 변속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9년 완성차업체로서는 세 번째로 6단 자동변속기를 개발한 데 이어 2010년 8단 후륜 자동변속기, 2011년 DCT(더블클러치트랜스미션) 개발 성공에 이어 최근에는 10단 자동변속기 개발을 코앞에 두고 있다.
특히 수동변속기에 자동변속기 장점을 접목한 듀얼클러치 변속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홀수단과 짝수단의 기어를 분리해 1단에서 변속 시 미리 2단 기어가 대기하는 변속방식을 말한다.
올 상반기 현대차에서 판매한 DCT 적용 차량은 2만6105대로 지난해 동기(3.1%) 대비 3.3배가량 높아졌다. DCT 적용 트림을 아이오닉, 아반떼, 쏘나타, 투싼 1.6T 등에 새롭게 추가해 적용 대상도 늘리고 있는 추세다.
수입차업체들은 변속기 다단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혼다는 일본 특허청에 '트리플 클러치 11단 자동 변속기' 특허를 출원했다. 이는 포드에 이은 세계 두 번째 특허다. 이에 대해 혼다 관계자는 "아직 어느 차량에 반영될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적용된다면 연료 효율성 개선과 실용 가속 성능이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고단 변속기의 장점은 주행 조건에 맞춰 엔진 회전수를 다양하게 제어할 수 있어 주행 성능은 물론 연비 효율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효율 향상은 자연스럽게 공해물질 배출 억제와도 연결된다.
하지만 다단화될수록 부품 수가 증가함에 따라 변속기 무게의 증가로 차량이 무거워지고 내구성이 취약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기계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가격도 올라간다.
현대차 관계자는 "무작정 다단화 하기 보다는 엔진 효율과 가격 저항성 등을 고려해 변속기를 탑재해야한다"며 "무조건 단수를 높이기보다는 수익성을 고려한 적정선을 찾아 변속기를 탑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