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삼 삼성전자 부사장. 사진/삼성전자
[독일 베를린=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폼 팩터를 바꿔야 승산 있다.”
서병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부사장은 2일(현지시간) IFA가 열리고 있는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같은 종류를 더 우월하게 해도 그것은 시장에 큰 영향을 못 준다”며 차별화의 포인트를 지목했다. 그는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혁신 제품들을 통해 괄목할 만한 시장 성과를 거뒀다”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 중인 무풍에어컨 ▲본격적인 사물인터넷(IoT) 가전 패밀리허브 냉장고 ▲세탁기의 뉴노멀이 된 액티브·애드워시 ▲데이코 인수로 주택·부동산 가전시장 공략 교두보를 마련한 것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생활가전 폼 팩터를 만든 건 대부분 유럽이고 어떤 것은 미국인데, 그들이 만든 밸류를 개선시키는 것만으로는 역전은 불가능하다”며 “지금까지의 핵심 방법론은 금형 하나 만들고 수명 다할 때까지 사용하며 개선해서 쓰는 것이었는데, 따라만 가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신제품을 계속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만의 폼 팩터를 만들어야겠다고 시작한 게 액티브워시, 패밀리냉장고, 무풍에어컨”이라며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실제로 만들기는 쉽지 않은 디테일한 기술이 숨어 있다. 그것이 굉장히 뉴노멀한 것이고, 이번 IFA에서도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인 것을 보면 우리 판단이 맞았고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 생활가전 본고장 리더들을 능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용자들이 어떤 게 불편한지 스스로도 모르는데 그것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 중심의 혁신도 강조했다. “가전제품이 사람을 괴롭히면 안 된다. 설명 없이도 한번에 알아보는 제품이어야 한다”고 했다.
생활가전 사업 신성장 동력은 B2B에 방점을 찍었다. 서 부사장은 “360카세트 등 혁신 공조솔루션으로 시스템에어컨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며, 빌트인 부문은 디자인과 제품 경쟁력을 갖춘 라인업을 확대하는 한편 전문 유통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천장형 실내기 360카세트에 무풍 에어컨과 동일한 콘셉트를 적용했다. 지난해 10월 언론 및 거래선 800여명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데이와 글로벌 134개 도시, 1만3000여명 거래선 대상의 글로벌 로드쇼로 360카세트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종합 공조사업을 개시했다. 시스템 에어컨 시장 규모는 700억달러 수준으로 전체 에어컨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시스템 에어컨 사업에서 20% 후반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향후 혁신 제품들과 맞춤형 통합 솔루션으로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하며 글로벌 에어솔루션 분야 리더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빌트인 가전은 데이코 인수와 함께 패키지 판매가격 2만달러 이상의 북미 럭셔리 가전부문 진입이 가능해졌다. 삼성전자는 일반, 프리미엄, 럭셔리에 이르는 풀라인업 완성으로 본격적인 빌트인 사업을 위한 역량을 구축할 계획이다. 유럽에선 차별화된 제품력을 기반으로 한 빌트인 풀라인업을 우선 보강한 뒤 제품, 유통, 솔루션 등 각 전문 분야에 파트너들과 협업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서 부사장은 “이 시장에서 전문 유통과의 다양한 형태의 협업으로 톱 티어 위상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가전은 패밀리허브의 시장 확대에 주력한다. 서 부사장은 “일반 소비자가전에서는 패밀리허브와 같이 매일 사용하는 기기를 통해 사물인터넷 기술이 구현하는 생활 속 효용을 직접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패밀리허브 적용 제품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 관련 칩, 센서, 플랫폼, 기기 등 기술과 서비스 전반에 걸친 리더십 강화를 위해 지속 투자하고 있다.
스마트가전 제품은 API 개방을 통해 통신사, 유통 등 다양한 외부 서비스와 연결할 수 있도록 오픈 플랫폼 전략을 펼치고 있다. 서 부사장은 “사물인터넷으로 소비자 사용행태를 분석해 소비자가 일일이 컨트롤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아서 반응하도록 하는 준비를 해 나갈 것”이라며 “연결성을 갖춘 스마트가전을 통해 사물인터넷 분야 리더십 확보에 주력하며, 2020년까지 모든 가전을 연결한다는 목표로 관련 R&D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베를린=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