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계속되는 하청업체 산업재해에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위반에 대해 원·하청에 동일한 형사책임을 물리는 것을 비롯해, 산업재해보상보험 개별실적요율 연대 할증까지 검토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0일 경기도 김포 신축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화재사고와 관련,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안전회의를 개최해 유사 사고의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앞선 사고로 현장의 하청노동자 4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11일 합동감식반의 현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재는 공사현장 지하 1층에서 우레탄 단열재에 불이 붙으면서 발생했다. 노동자들은 이 과정에서 생긴 유독가스에 질식해 사상을 입었다.
이에 정부는 우선 원청업체인 예주종합건설이 시공하는 전국 15개 건설현장에 대해 기획감독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다음달까지 지하층·고층 건축공사 등 우레탄 단열재 사용이 많은 건축현장 1500개소에 대해 화재·폭발 예방을 위한 지도·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산업재해 사상자가 대부분 하청노동자임을 감안해 원청의 산재 예방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제도를 개편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보건조치를 취해야 할 장소를 ‘모든 작업’으로 확대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원청의 형사 책임을 하청과 같은 수준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이번 국회에서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6월 국회에 제출돼 현재 환경노동위원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이와 함께 원청사업장 내 하청업체에서 산재가 발생할 경우 원청에 산재보험료율 연대 할증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현행법상 건설현장을 제외한 사업장에서는 산재가 발생한 업체만 개별실적요율 할증을 적용받는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업종별 보험료율 외에 재해율에 따라 보험료가 차등되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 사업장 내 협력업체 산재가 많은 경우 (원청의 개별실적요율에 하청의 산재율을) 감안할 수 있도록 차츰 개선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정부는 중소 건설현장의 화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기존 화재예방조치 준수를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또 화재·폭발 위험 장소에서 화기작업 시 안전조치를 발주자가 확인 후 작업을 하도록 하는 ‘작업허가제’ 도입을 검토하고, 우레탄 폼 등 단열재의 표면에 불연재 등으로 방염 처리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추진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원·하도급 관계에서 협력업체 재해가 났을 때 원청이 똑같이 책임을 지도록 해야 원청이 ‘모든 사고는 내 책임이다’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그것이 재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부 기자실에서 김포 건설현장 화재사고 관련 건설안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