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리콜사태 정면 돌파…사업개편 속도

ASML, 시게이트, 램버스, 샤프 지분 잇달아 매각

입력 : 2016-09-18 오후 2:17:3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5일 인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만나 삼성의 인도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사진/삼성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안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갤럭시노트7 초유의 리콜사태로 그룹 안팎의 위기론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비핵심사업 자산 매각 등 과감한 결단으로 위기상황을 정면돌파한다는 복안이다. 등기이사 등재, 적극적인 대외활동 등과 더불어 지배구조개편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관심을 모은다.
 
삼성전자는 18일 ASML, 시게이트, 램버스, 샤프 등에 투자한 지분을 최근 매각했다고 밝혔다. 사업 환경의 변화에 맞춰 과거에 투자한 자산을 효율화 해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에 대한 지분 3%는 절반인 1.5%(630만주)를 매각했다. 2012년 차세대 노광기 개발 협력을 위해 ASML의 지분 일부를 인수했었으며, 이번에 일부 투자 회수 차원에서 지분을 매각한 것이다. 미국의 스토리지(HDD) 전문 기업인 시게이트의 지분 4.2%(1250만주)는 모두 팔았다. 지난 2011년 HDD 사업을 시게이트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시게이트의 지분 일부를 취득한 바 있다. 이후 지분을 일부 팔았으며 이번에 잔여 지분을 처분했다. 미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램버스의 지분 4.5%(480만주)도 전량 매각했다. 2010년 특허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램버스 지분 9%를 취득해 2011년 풋옵션으로 램버스에 4.5%를 되판 후 이번에 잔여 지분도 내놨다. 지난 2013년 LCD패널 공급선 다변화 차원에서 투자했던 일본 샤프 지분 0.7%(3580만주)도 모두 자금으로 회수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자산 효율화가 통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이며 해당 회사와의 협력 관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로 1조원을 훌쩍 넘는 손실이 발생하고 브랜드 이미지 등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삼성이 발빠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본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물산 등 건설, 플랜트 부문 그룹사의 경영위기도 지속되는 형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프린팅솔루션 사업부도 HP에 10억5000만달러(1조1544억원)를 받고 양도하기로 했다. 이와 동시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자신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도 임시주주총회에 상정했다.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며 그룹이 직면한 위기상황에 정면 대처하겠다는 의중이 읽혀진다. 통상 정기주주총회 때 이사 선임 안건을 처리하지만 올 10월 임시주총을 열기로 한 것은 그만큼 사정이 급박하다는 방증이다. 이건희 회장이 2년 넘게 와병으로 경영에서 물러나 이 부회장이 실질적인 최고 의사결정자로 인식돼 왔으나, 계열사 어디도 등기이사직을 맡지 않아 책임경영의 부재가 지적돼 왔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배구조 및 사업구조 양 측면의 위기적 상황을 극복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가운데 상황을 파악하고 적기에 의사결정을 내리며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컨트롤타워를 세우는 것이 위기 극복의 요체”라며 “이 부회장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등기이사 지위에 공식 등재됨으로써 막강한 권한과 영향력에 상응하는 법적 의무와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것은 책임경영의 차원에서 올바른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은 그룹 대표자격의 대외활동에도 본격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이 부회장이 인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만나 삼성의 인도 사업 추진 현황과 사회공헌 활동을 소개하고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고 전했다. 그동안은 혼자서도 자주 해외 출장길에 오르는 등 대외활동이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외부에 알려진 경우가 드물었다. 평소 직접 경영방침을 노출하는데도 인색했던 이 부회장은 이번에 “인도정부와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인도를 전략거점으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 부회장의 적극적인 경영행보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속도도 한층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생명이 지난달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 8.02%를 추가 매입하면서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설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을 지속하면서 향후 인적 분할 후 지배구조 정점인 삼성물산과의 합병 가능성을 고조시키고 있다. 20대 국회 출범 이후 기존 순환출자 해소, 자사주 의결권 부활 제한 등 각종 규제 법안이 난무하고 대선 일정까지 지배구조 리스크가 증가할 전망이라,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 시기를 보다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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